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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닭' 먹은 날

by 장돌뱅이. 2017. 3. 11.

역사는 지난 늦가을 이래 광화문광장의 뜨거운 외침
2017년 3월10일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인간들은 벌써부터 이제 남은 건 갈등의 봉합과 통합뿐이라지만
"적폐(積弊)의 청산"이라는 전제를 달지 않는다면 
그 말은 또 다시 우리를 속이려는 '개'수작일 뿐이다.
이제 제도권이 알아서 할 터이니 광장을 닫으라는 후안무치의 주문도 마찬가지이다.

해방 이후의 현대사가 우리에게 뼈저리게 가르쳐준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땅에 뿌려진 씨앗은 끊임없는 뜨거운 관심과 쉬지 않는 보살핌 속에서만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 것이다. 그것은 끈질긴 개입과 행동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마치 세상 이치를 통달이라도 한 듯 팔짱을 끼고 고개나 끄덕거리는 식의 군자연(然)을 반복한다면,
다시 씨앗은 시들고 권력의 오만함과 가진자의 탐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광장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렇다.

그래도 축하의 술 한 잔 안 할 수 없는 날이었다.
조금은 홀가분해져도 좋은 저녁 아닌가.

그런데 유독 통닭을 안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저녁이었던가 보다.
평소와 달리 닭집 주인은 주문이 밀려 배달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기다림은 보람이 있었다.

아내와
높이 든 잔 속의 맥주는 통쾌했고 '조각난' 닭은 고소했다.


이제 나처럼 백수가 되어 할 일이 없어진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선생이
지은 『목민심서』 중 "해관(解官) 6조" 편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임무교대(遞代 : 체대)

수령직은 반드시 교체가 있기 마련이다. 교체되어도 놀라지 않고 벼슬을 잃어도
연연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존경할 것이다.

속담에 "벼슬살이는 머슴살이"라고 했으미, 아침에 승진했다가 저녁에 쫓겨날 수도
있을 만큼 믿을 수 없음을 이른 말이다. 그런데 수령으로서 천박한 자는 관아를 자기
집으로 알아 오랫동안 누리려 생각하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상급관청에서 공문이 오고
여각(旅閣
)에서 통보가 있으면 어쩔 줄 몰라 하기를 마치 큰 보물이라도 잃어버린 것같이 한다.
처자는 서로 처다보며 눈
물 흘리고 아전과 종들은 몰래 훔처보고 비웃는다.
관직 외에도 잃는 것이 많으니, 어찌
한심스럽지 않은가?
그러므로 옛날의 현명한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이른 아침에 떠
나갈 듯이
늘 문서와 장부를 깨끗이
해두고, 항상 행장을 꾸려놓아 마치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 훌쩍 날아갈 듯이 하고, 한 점의 속된 애착도 마음에 품지 않는다. 
교체한다는 공문이 오면 즉시 떠나고, 활달한 마음가짐으로 미련을 갖지 않았으니,
이것이 맑은 선비의 행실이다."
 


*위 사진은 탄핵 전 마지막 집회가 된 지난 3월4일 제 19차 집회의 모습이다.
겨울 내내 광장을 향한 놀라운 열정과 투지를 보여준 아내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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