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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첫돌 맞은 내 친구

by 장돌뱅이. 2017. 3. 4.

"잼잼!"을 하면 앙증 맞은 두손을 쥘락펴락 꼼지락거린다.
"박수~!" 하거나 "바이바이 ∼!"하면 두 손을 마구 부딪거나 흔든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노래를 들려주면 몸을 좌우로 흔들거리고
최근엔 "사랑해요." 하면 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고난도 개인기까지 마스터를 했다.

어느 아이에게도 있을 발달 상황이지만 
당연스럽게도 우리에겐 손자 녀석의 모든 행동이 특별하다.
품 속에서 잠들었을 때 느껴지는 새근새근 숨소리나 작은 꼼지락거림까지도.

어디서 왔을까?
이 넓고 넓은 세상에 왜 우리에게 왔을까?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삶의 근원이 아득해지고
생의 외연이 이승을 넘어 확장되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지난 일년 딸아이는 가장 큰 정성과 수고로움을 녀석과 나누며 엄마가 되고 어머니가 되었다.
(엄마와 어머니의 느낌은 얼마나 다른가!)
얼마 전 딸아이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녀석이 잠에서 깨어 울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서둘러 방문을 열고 눈을 맞추자 녀석은 울음을 뚝 그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들어 환히 웃었다.
딸아이는 그때 별안간 무엇인가 울컥 가슴이 울리는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며 녀석을 안아주었다고 한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덩달아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딸아이의 어머니 됨에, 이 모든 끈끈한 인연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아내와 딸아이는 나와 손자가 노는 모습을 보며 '친구' 사이라고 한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좋다.
그래서 어린 시절 이웃집 친구 부르듯 손자를 부르곤 한다.
"친구야 놀자!
지난 봄·여름·가을·겨울 네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그리고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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