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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5

by 장돌뱅이. 2017. 8. 26.

34. 푸켓타운의 씨콩무 식당

*위 사진은 씨콩무식당과는 관련 없는 방콕의 사진이다. 식당 사진이 망실 되어 그냥 올려본다.

낮술을 먹은 것이 얼마만인가. 그것도 얼큰해지도록. 푸켓 시내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난 지인은
내가 이날 점심으로 미리 계획해 두었던 '씨콩무'집을 말하자 툭툭이로 안내하면서 죠니워커 한 병을 들고 왔다.

이 푸켓의 지인은 오로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이였다.
이제까지 내가 같은 마을이나 학교, 군대, 직장 등을 통해 얼굴을 먼저 대하고 서로가 익숙해지는 과정을 밟았다면 
인터넷이란 공간은 익명(아이디)인 상태로 서로가 친근해지고 나중에 얼굴을 맞대게 되는 방식인 것이다.
나 같이 컴퓨터하면 부담부터 되는 세대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고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매체며 문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모든 것을 '인간화'란 대명제 아래 활용하는 지혜일 것이다.

"푸켓타운 완니파샤에 씨콩무집이라고 있습니다. 정확한 발음으로는 '씨끄롱 무'입니다.
빨리 발음해서 흔희 씨콩무라고 하져. 소위 한국돼지갈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갈비는 크기가 좀 큰데 비해 이 씨콩무는 한입에 쏙 먹을수 있도록 조그맣죠.
한 새끼손가락 크기만합니다. 이 씨콩무는 동북이산지방의 음식으로 지금은 태국전역에
널리 펴져 있는데여, 그만큼 모두들 즐겨먹는 음식이죠.

갈비에 갖은 양념을 해서 숯불위에서 굽는데요. 기름기도 쏙 빠지고 쫄깃쫄깃한게 정말 맛있습니다.
느끼해서 고기를 안좋아하시는분들도 이 음식은 괜찮을것 같아요. 푸켓 다녀간 분들치고 아마 이 음식은
거의 한번씩 다 드셔보았을듯 한데요 저도 첨 푸켓와서 며칠 되지않아 이 음식을 먹어보았져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국갈비보다 맛있는것 같아요. 한접시에 일곱여덟조각으로 양도 적당하구여.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통 일인당 서너접시를 훌러덩 비우져 태국사람들이 보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만여 지금은 베어내고 없지만 첨 이집 앞에는 나지막한 나무한그루가 있어서 더욱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이집 은 맑은 날씨보다는 비가 올때가 더 한층 멋이 있죠. 숯불위에서 고기굽는 냄새와 왁자지끌한 사람들의
얘기소리, 슬레트로 된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이 모두가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죠.
우기철에는 좀 쌀쌀한 감이 있는데 그때 이집에오면 서민적인 포근함이 느껴져 참 따뜻하지요."


또 다른 푸켓 지인이 이 날 우리가 들렸던 씨콩무집에 대한 소개 글이다.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돼지고기는 열대지방으로 갈수로 맛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옛부터 남원이나 제주도 돼지의 맛을 쳐주는 것이 꼭 '똥돼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남쪽 지방이란 지리적인 이유때문이기도 하단다.
우리는 푸켓의 바다도 잠시 잊은 채 갈비를 뜯으며 얼굴이 벌개지도록 술을 마셨다.


35. PHUKET FANTASEA SHOW 
'씨콩무'집에서의 음주 덕분에 예정보다 늦게 까따비치 리조트에 체크인한
우리는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다 저녁 무렵 까따마마로 갔다. 게튀김과 새우 튀김을 먹기 위해서다.
저녁에 FANTASEA SHOW와 식사를 패키지로 예약한 상태였지만 가까이에 있는
까따마마의 게튀김 과 새우 튀김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는 까다마마에서 서빙을 하는 MR. TIEN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 번에 보았을 때 그는 꽁지머리에
다소 개구쟁이같았는데, 1년 만에 본 그의 보습은 더 살이 찌고 꽁지머리도 자른 모습이었다.
우리끼리는 그를 영빈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우리 아파트 같은 통로에 MR. TIEN과 닮은 영빈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볼에 살이 올라 오동통한 모습의 TIEN은 더욱 영빈이와 닮아 있어 재미있었다.
마늘과 함께 튀긴 게와 새우의 맛은 여전했다. 우리는 맛보기로 게 한접시와 새우 두접시씩만을 시켰기 때문에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일어서야했다.

저녁 무렵 지붕 위에 푸켓 판타씨쇼라는 간판을 단 차가 왔다.
까따비치에서 판타씨쇼 장소까지는 까론과 빠똥을 지나는 꽤 먼거리였다.


*위 사진 역시 판타씨쇼와는 무관한 방콕의 사진이다.


판타씨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다소 실망스런 곳이었다. 쇼 자체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차피 심각한 본격 예술을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니고 푸켓이라는 휴양지에서 가족과 부담없는 하루 저녁을
보내러 온 것이니 코끼리까지 동원한 거창한 시작에 비해 내용은 별 것이 없더라도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편안한 자세로 보게 되는 공연은 그런대로 재미도 있었다.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특수 효과의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무슨 장면에선가 무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마구 달려지나가던 닭 한 마리였다. 흔히들 쓰는 '닭대가리'라는 표현을 불식시키듯 훌륭한(?) 연기를 하는
닭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첫번째 실망은 식당이었다. 우리 가족은 세계 최대니 동양 최대니 하는 규모를 앞세우는 표현에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입구에서 표를 받고 식당 안에 들어섰을 때 커다란 강당에 들어선 듯한 휑한 느낌에 이곳은 단체 관광객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슴마다 저마다의 표식를 달고 밀려들어 온 관광객들이 자리를 채우면서
식당은 순식간에 저잣거리가 되었다. 음식이 불결하고 특별히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 소란스러움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까따마마의 저렴하고도 훌륭한 음식과 TIEN이 서빙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생각났다.
나는 판타씨쑈의 뷔페식 식당만큼은 권하고 싶지 않다. 굳이 가고자 한다면 쇼만 보는 것이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일인당 500바트의 비용이라면 푸켓의 다른 곳에서 월등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식당보다 더 우리를 실망시키고 짜증나게 한 것은 판타씨쇼를 보기까지의 시간적 공간적 배치가 의도하는 상
업적 영악스러움이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본주의 세상이고 판타씨쇼 역시 자선 쇼가 아닌 다음에야 상업적 목적으로
모든 것을 기획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고객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상업적 목적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조금 불편·불쾌했다.

까따비치에서 차를 타고 30분 쯤을 달려 판타씨에 도착한 후 우리는 바로 식당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때문에 시간을 죽이기 위해 주변의 가게들을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계산된 시간 배치가 아닌가 한다.
식사를 하고나니 이번엔 극장에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또 다시 주변을 둘러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미 한번 둘러본 터라 별다르게 볼 것도 없었고 할 일도 없었다. 몇몇 가게를 둘러보았지만 물건을 사지는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극장으로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여기서도 곧바로 극장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또 기다려야 했다.
앉아서 쉴만한 의자도 하나 없어 극장 로비를 서성거려야 했다.

코끼리와 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장사 행위에는 열성이었으나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을 위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많은 관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간 배치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쇼를 보기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 지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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