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6

by 장돌뱅이. 2017. 8. 26.

36. 까따비치 달리기와 푸켓 시내 돌아다니기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도 집을 떠나면 항상 이른 아침에 눈을 뜨게 된다.
아마 내가 느끼지 못해도 내 몸 어딘가가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반면에 평소엔 나보다 더 성격이 예민한 아내와 딸아이는 내가 방을 빠져 나가는 것조차
느끼지 못 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곤 한다.

해변 쪽으로 향한 문을 나서니 호텔 정원의 초록색 잔디를 너머 수평선도 선명한 파란 바다가 싱그럽게 다가왔다.

나는 투명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해변으로 나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냥 달리고 싶었다. 조용하고 산뜻한 아침에 천천히 산책을 하며 바다를 음미하는 것도 좋지만
푸켓은 이른 아침부터 후끈한 열기로 나를 들뜨게 했다.


까따비치는 푸켓의 대표적 해변인 빠똥에서 남쪽으로 까론비치 다음에 있는 해변이다.
"까따"란 '벼의 들판', 즉 '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까따비치는 까따비치야이와 까따비치노이로 나뉜다.
우리 숙소는 비치야이(야이는 크다는 뜻이고 노이는 작다는 뜻이다)에 있다.
바로 옆에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보트하우스와 까따마마가 붙어있다. 모래의 질은 까론비치만 못하다. 
가까운 바다에 작은 섬이 있어 우리나라의 남해안 어느 해변을 온 것처럼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준다.


까따비치의 북쪽 끝과 남쪽의 보트하우스 앞을 돌아 까따비치 호텔 앞으로 오니
숨은 턱에 차고 몸은 땀에 흠뻑 젖어 번들거렸다. 나는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람 사이에 피부를 접촉하는 스킨쉽이 단순한 신체적 접촉을 넘어 정서적인 교감까지 만들어내는 행위라면
자연과의 부단한 접촉과 관심도 그런 것일 것이다.


*위 사진은 지난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다. 중복으로 올린다. 아래 사진 두 장도 마찬가지다.

수영장에서 오전을 빈둥거린 우린 출출해진 배를 달래러 다시 까따마마를 찾았다.
약간 수줍게 아는 척을 하는 TIEN의 인사를 받으며 수박 쥬스와 한두 접시의 튀김을 먹고 보트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웨이터 MONGKOL INCHUAN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는 저녁 근무를 하는데 이제는 전처럼 홀에서 서빙을 하지 않고 RECEPTION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우
리는 그것이 그에게 승진의 의미였기를 빌며 냉커피를 시켰다.


메트로폴 호텔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딸아이는 처음엔 별로라는 표정이었으나 맛사지가 끝나고나자
아내보다 더 만족해 하였다. 여행에서 돌아와 가족과 함께 태국에서 맛사지를 받았다고 했더니
어떤이는 '어떻게 그런 곳을 가족과 함께 ......'하며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가 상상하는 '맛사지 하우스'란 의미를 짐작한다. 태국과 여행객이 함께 풀어야 할 오해이다.


오후 세시쯤 바미 국수집을 찾았더니 벌써 문을 닫았다.
굳게 닫힌 셔터문에서 주인장의 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풍겨 나오는 듯 했다.
지난 가을 발리의 우붓에서 일찍 문을 닫은 가게를 보며 느꼈던 삶에 대한 여유로움도 함께 느껴졌다.
푸켓환타씨의 영악스러움이나 빠똥 밤거리의 현란함에 비해 아직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이 살아있는
푸켓 타운의 모습은 기대했던 음식 이상의 감동을 준다. 우리는 너무 악착같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24시간 영업, 연중무휴'의 간판은 때론 서글프고 때론 무섭다.


다시 발길을 돌려 메트로폴 호텔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 솜찟 누들(SOMJIT NOODLES) 로 향했다.
중국 福建省식이라 하여 HOKKIEN국수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이 국수도 바미 국수처럼 비빔(행)과
물(남)의 두 종류가 있었다. 딸아이는 바미국수의 맛을 더 높게 쳐주었지만 나로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오늘은 툭툭이 아저씨와의 가격 흥정에서 연패의 날이다.
지난 번 여행때만 해도 나의 서툰 태국어가 먹혀들어 네고할 때마다 재미를 느끼곤 했는데
오늘은 만나는 아저씨들마다 '막강 드림팀' 수준이다. 단돈 50바트도 깍아 주질 않는다.
까따로 돌아가는 길엔 툭툭이 아저씨의 제시 가격을 거절하고 고전적인 수법으로
다른 툭툭이를 찾아 나서는 척 하려는데 아내가 나서 만류를 했다.


"당신한테 질 툭툭이 아저씨들은 없는 것 같으니 날 더운데 고생하지 말고 그냥 타고 가자."

그러면서 딸아이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네 아빠 저래 가지고 무슨 영업을 한다니? 걱정스럽다 야."

툭툭이 안에서 나는 까따비치의 제트스키를 타는 곳에선 기필코 단돈 50바트라도 깎아 명예회복을 하리라 공언을 했다.
언젠가 30분에 800바트를 부르는 것을 50바트 깍아 750바트에 탔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여행기에서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까따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해변으로 나가 제트스키를 찾았다.
아내와 딸아이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는 가운데 햇볕에 새카맣게 그을린 사내와 가격 흥정을 시작했다.

절대 사수! 750바트!
"얼마인가?"
사내는 머뭇거림 없이 말했다.
"30분에 700바트."
"얼마?"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30분에 700바트."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널뛰는 푸켓의 물가. 늘 내가 대응하기 힘들다.
는 엉겁결에 그가 부르는 가격을 다 주고 말았다.


37. BOAT HOUSE 


저녁에 우리는 다시 도착 첫날 만났던 푸켓타운의 지인을 보트하우스로 초대하였다.
보트하우스 식당은 지난번 여행 때 우리 가족이 푸켓 최고의 식당으로 꼽았던 곳이다.
잔잔한 파도 소리, 부드러운 미풍, 감미로운 음악과 음식, 속삭이는 정담과 무엇보다
웨이터 MONGKOL INCHUAN의 세련되고 친절한 안내가 기억에 남는 곳.


입구에 들어 서면서 우리는 조급한 마음으로 그를 찾았다.
그도 아직 우리와 우리가 앉았던 자리 그리고 몇몇 음식까지 기억해 주었다.
일년 사이에 태어난지 1달된 아들 둔 아버지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약간 살이 쪄있었다.

지난번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는 그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보냈었다.
어떤 음식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는 우리에게 그는 자상한 설명을 해가며 성심껏 도와주었고
그가 추천한 음식은 반드시 비싼 것이 아니었음에도 우리의 입맛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음식점은 종업원까지 친절하다는 것은 아내의 지론인데 그 중에서도
몽콜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엔 저녁 식사 동안 그는 자신의 일 때문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와 그의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빌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