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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1방콕·푸켓·끄라비6

by 장돌뱅이. 2017. 9. 12.

6. 끄라비 KRABI1

<끄라비로 가는 배>


AO NANG PRINCESS호는 푸켓의 라차다항에서 매일 아침 08:30에 출발하여
끄라비의 AO NANG 비치까지 두시간이 걸려 10:30경에 도착한다.

미세스 묵(MOOK)이 만들어 준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까사브라질을 나섰다.

라차다항에는 끄라비 이외에도 피피섬등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혼잡함을 이루고 있었다.
피피섬처럼 끄라비의 해변도 푸켓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피피섬 당일치기 여행을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듯이 끄라비 해변의 당일치기도
개인적으론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왕복 네시간 이상 배를 타고 가서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5시간 이상)
식사시간을 빼면 기껏 한두시간 정도 목적지의 풍광을 즐길수 있는 일정이라면 차라리 푸켓 해변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갑판에 자리를 잡고 선실 내부로 들어오지 않아서 좌석은 텅 비어있었다.
덕분에 나는 창가 좌석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까사브라질에서 가져온 12월 후반부 푸켓 가제트에는 최근 끄라비에서 발생된 독일 여성
사망 사건 관련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2001년 10월 1일, 21세의 월남계 독일여성이 강도 살해된데 이어 두달만인
11월29일에는 MS PETRA라는 33세의 여성이 늦은 밤 AO NANG (NANG 해변)에서 의식
불명인채로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4시간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독일신문들은
AO NANG을 “THE BEACH OF THE DEAD GIRLS"라고 언급하며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10명의 인원을 보강하여 스물네시간 해변 순찰을 하는 등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THE BEACH OF THE DEAD GIRLS?
끄라비에서 사망한 여성들에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끄라비는 더 이상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저주스러운 끔찍한 장소일 뿐일 것이므로 그런 표현도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겠다.

어떠한 이유를 붙여도 이러한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태국인과 태국 사회에 있는 것이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여행객으로서도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도의 긴장감은 잊지 말아야겠다.
위험의 빌미가 될만한 일이나 시간이나 장소는 미리미리 피해가는 현명함이 모험심이 없는
허약함이라고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태국이 아름다운 곳이라하여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곳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구상에 강도와 살인이 없는 나라는 단 한나라도 없지 않은가.
태국이 제공하는 인적 환경적 자원이 뛰어난 하드웨어라면 여행자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고
제어하며 추억으로 저장시키는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노련한 프로그래머여야 할 것이다. 



<RAILALY BEACH에서 숙소 잡기>

예정된 10시30분 배는 끄라비의 아오낭(NANG 해변)에 도착했다.
승객들을 내려주고 배는 계속해서 5분 거리에 있는 RAIL LAY BEACH로 이동할 예정이므로
나는 그냥 배에 남아 있었다. 책을 덮고 갑판으로 나가 보았다.

선착장 주변 아오낭의 모래사장의 질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물은 더없이 맑아 보였다. 
바다에서 불쑥 수직으로 치솟아 오른 거대한 바위산은 발치에서 흔들리는 야자수와 잘 어울려
끄라비의 상징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RAIL LAY BEACH는 바다와 접한 육지의 끝이면서도 차로는 갈 수 없고 배로만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섬과 같은 곳이다. RAILLAY BEACH는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진다.  방갈로와 야자수를
사이에 두고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동쪽은 해변이 진흙의 뻘 상태에 가까워 해수욕장으로 사용될 수 없는 까닭에 주로 끄라비 타운을
오가는 배들의 선착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서쪽은 좌우에 거대한 바위산 아래로 자리잡은
해변이 아늑하여 사람들이 몰린다. 해안을 따라 RAILAY BEACH외에도 TONSAI BEACH, PHRANANG
BEACH 등이 이어져 있다.

12월 말이라는 성수기에 토요일까지 겹친 탓에 예약도 없이 무조건 도착한 라일레이 해변가에서 방을 잡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쪽 라일레이비치에 있는 숙소로는 RAILAY VILLAGE RESORT, SAND RESORT,
RAILAY BAY RESORT 외에 RAILLEI BEACH CLUB이 있고 라일레이의 동서에 걸쳐 광대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값 비싼 초호화 리조트인 RAYAVADEE PREMIER RESORT가 있다.

RAYAVADEE 리조트를 제외한 나머지 리조트를 방문하였지만 모두 예약 완료된 상태였다.
동쪽으로는 SUN RISE BAY BUNGALOW, YAYA RESORT, COCO'S, DIAMOND CAVE BUNGALLOWS 등을
차례로 돌아봤으나 FAN 룸이건 에어컨 룸이건 나를 위한 여분의 방은 없었다.

나는 방을 잡지 못할 경우 라일레이에서 오후를 보내고 저녁때 쯤에 아오낭으로 나갈 마음을 먹고
마지막으로 동쪽 해변의 맨 그트머리에 있는 VIEW POINT BUNGALLOW에 들어섰다.

“헬로우 미스 타일랜드! ANY ROOM AVAILABLE FOR ME?"
나는 그 사이 땀에 온몸이 흠뻑 젖고 다소 지친 상태가 되어 후론트를 지키고 있는 여직원에게
썰렁한 아부성 발언을 건네며 다가섰다. 아가씨는 에어컨 룸이 딱 한개 남아 있다고 1200바트를 요구했다.
얼마쯤 깍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뒤를 돌아보란다. 저만큼 뒤쪽에는 아까 함께 배에서 내린
서양 커플 한쌍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아가씨에게 나와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서둘러 돈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RAILAY BEACH 돌아보기>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어느 새 하늘을 뒤덮은 컴컴한 구름장에서 세찬 빗줄기를 뿌려대기 시작하였다.
방금 전까지 화창한 날씨였는데 날시의 변화가 급격했다. 하지만 베란다의 탁자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달구어졌던 땅과 숲이 식으면서 서늘한 느낌도 밀려왔다.

후론트로 나가니 ‘미스 타일랜드’가 수다를 떨며 아는 체를 한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하자 익살스런 포즈를 취해준다. 쾌활한 성격의 여성이다.



RAILAY 해변 앞바다에 몸을 담갔다. 피피섬의 해변과 흡사한 풍경이다.
잠시 햇빛이 나는가 했더니 다시 구름이 몰려와 실비를 뿌렸다.

비도 피할 겸 RAILLAY BAY의 식당으로가 맥주 한잔을 시켰다. 라일레이 서쪽 해변에 있는 방갈로의 식당 중
SAND SEA와 RAILAY VILLAGE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회교도의 소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옆에 있는 BOBO 바나 SUN SET 바에서 맥주등의 알콜을 시켜 먹는 것에는 제지를 하지 않았다.


PHRANANG 해변은 가파른 절벽을 갖고 있는 라일레이 남쪽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PRINCESS 동굴을 끼고 있다. 동굴 입구는 자연의 처마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해
그곳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

해변 앞 가까이 바다의 깍아지른 바위에는(해피아일랜드라고 하던가?) 실비 속에서도 ROCK CLIMBING을 하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끄라비를 바위타기의 천국이라고 한다. 곳곳에 솟아있는 바위들이 지닌 다양한 형태의 
루트가 세계 곳곳의  '스파이더 족'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살결을 간지르는 실비를 맞으며 프라낭 해변의 끝에서 끝을 왕복하며 시간을 보내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었다. 라일레이 비치에는 우리가 흔히 나이트라이프라고 부를만한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각각의 숙소마다 식당과 바를 겸한 시설을 갖고 있고 오로지 BAR로서만 영업을 하는 것은 서쪽에
BOBO BAR와 동쪽의 BLUE BAR나 THE LAST BAR 정도인 것 같았다.
생음악을 연주하는 곳이나 디스코텍도 없었고 바에서는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나이트라이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몇 군데서 맛사지 영업도 하고 있었다.

라일레이와 아오낭 사이에 있는 톤사이 비치에서는 이 날 저녁이 보름이라 FULL MOON PARTY를 한다고
저녁 무렵부터 해변에서 호객행위가 많았다. 동쪽에 있는 바에서는 저녁에 FIRE SHOW를 한다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끝에 불뭉치를 단 두 개의 줄을 쥐불놀이처럼 돌리며 갖가지 묘기를 보이는 것인 것 같았다.

RAILAY VILLAGE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나중에 FIRE SHOW를 보려고 시간을 기다리다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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