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1방콕·푸켓·끄라비3

by 장돌뱅이. 2017. 9. 11.

3. 방콕에서2

<골프장의 대기록>


최근 들어 박세리, 김미현등의 골퍼들이 해외에서 맹활약을 하면서 골프는 일반 대중에게도 친근한 운동으로 다가왔다.
급기야는 정부가 나서서 골프의 대중화를 표방할 정도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이미 골프장 면적이 전국의 공장 면적을
초과했다고 한다.
‘야구의 호쾌함, 축구의 스릴, 당구의 섬세함을 고루 갖춘’ 최상의 스포츠로 평가 받는 골프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일반 서민들에게 만만한 스포츠가 아니다.
비쌀수록 잘팔린다는 회원권도 그렇지만 한번 필드에 나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골프장의 조건 자체가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한 홀당 2팀 8명이 이용할 수 있고 전체 코스를 도는 데는
통상 5시간이 소요된다. 30만평짜리 18홀 골프장인 경우 하루 이용 가능한 인원은 144명으로 제한된다. 이렇게 볼 때
1인에게 하루에 소요되는 골프장의 면적은 2천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국토사정을 볼 때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정착될 수 없다는 논거는 이로써 설득력을 지닌다. 30만평의 골프장 규모면 단순히 체육시설만으로 비교해도 어림잡아
2백개의 축구장을 만들 수 있는 넓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를 필요로하는 운동경기인 축구와 비교해도 18홀 규모의
골프장 하나면 4천4백명의 축구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만들 수 있다.
                                                                                                             -월간 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 그 때문에 특권적 신분 과시의 매력을 더했음인지 업무상 동남아로 파견을
나온 많은 한국인들은 대부분 골프에 열심히 매달린다. 그러나 나는 과거 3년 동안의 인도네시아 생활을 했음에도
골프와 친해지질 못했다. 위 인용 글과 같은 이유로 골프에 조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주로 수영과 테니스
등을 즐겨했다.

그런데 K가 또 골프 이야기를 꺼냈다. 매번 방콕에 올 때마다 그가 꺼내는 제안이었다.
매번 연습 좀 해서 오겠다고 미룬 게 벌써 몇년 째다. 이번엔 그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 
K는 막무가내로 나를 닥달하다가 그냥 살살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고 부추기기도 했다.
골프장 구경한다고 생각하라고까지 했다.
결국 할 수 없어 동의하긴 했지만
제대로 스윙 연습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잠시 후 나는 K가 준비해온 골프채를 들고 방콕 근교의 한 아름다운 골프장 티박스에 서서 심호흡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은 여기까지였다. 그후
네다섯 시간동안 나는 골프채로 땅을 파고 허공을 휘젓는 '종합무술인'으로
변모해가는 곤욕을 치루어야 했다. 기록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음에도 라운딩이 끝나고 캐디 아줌마가 착실히 기록해
건네 준 점수표에는 136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나는 각홀마다 기준타의 2배를 휘두르는 '대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K는 연습장 경력도 없이 처음 골프채를 잡고 필드에 나온 것치고는 매우 준수한 성적이라고 했다.
'일단 공이 앞으로 나간 게 많다는 건 고무적'이라나?!


<카오싼 KHAO SAN에서>

라차다에 있는 EMERALD HOTEL의 일식당 다이치DAICHI에서 일식 뷔페(450바트++/인)로 식사를하고 K와 헤어졌다.
그리고 난 곧바로 카오싼 로드로 나갔다.
카오싼 로드 자체는 폭이 10미터 남짓하고 길이가 300미터 쯤 되는 거리에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값싼 숙소와 식당, 노천 카페, 디스코텍, 편의점, 기념품점, 여행사를 비롯해서 온갖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 거리이다. 카오싼 로드를 중심으로 방람푸 지역 전체에 걸쳐 이와 비슷한 형태의 시설들이 조성되어 있는 듯 했다.

이곳에 묵지 않더라도 방콕을 여행하는 사람은 하루 짬을 내어 잠시 걸어 볼만한 거리이다.
여행을 목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설레임과 축제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 ‘더 비치’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리며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카오싼의 독특한 분위기에 젖어 노점상들과
가벼운 흥정도 해가며 카오싼 로드를 천천히 왕복했다. 그간 밤에만 다녀간 터라 이번에 낮에 한번 가보고 싶어 걸음을
하였지만 역시 까오산은 밤에 어울리는 거리였다. 북적이는 분위가가 없이 햋빛에 드러난 거리는 평범했다.


SIDE WALK CAFE에서 싱하 한병으로 다리쉼을 한 후 나는 카오싼에서 오래되었다는 한인 업소라는 홍익인간을
찾아 보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낭 여행자를 위한 한인 업소는 어떤가 보고싶었을 뿐이다.

서울의 한 여고의 교사로 재직 중인 S씨를 만난 것은 홍익인간을 찾던 도중이었다.
S씨는 방학을 맞아 방콕으로 와서 버스만을 타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과 시하누크빌을 8일 동안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 여정의 흔적이 그의 얼굴에 검은 빛으로 남아 있었다.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오느라 몹시 피곤했을 터이지만
그의 몸에서 싱싱한 기운이 묻어났다. 앞으로도 십여일쯤 방콕과 치앙마이등 태국을 돌아 볼 예정이란다.
나는 그와 함께 이사 가버린 홍익인간을 찾아 아직 이삿짐도 채 풀지 않은 그곳에서 싱하 몇병을 나누었다.



<락무앙 , 하늘과 땅을 잇는 가교>

'도시의 기둥’ 이란 뜻의 락무앙은 왓 프라께우의 동쪽 길건너 편에 있다.
태국인들은 도시를 세우면 기둥을 세우고 그곳에 사당을 만들었는데 기둥이 도시를 지킨다고 믿었다고 한다.
락무앙은 땅을 디디고 서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것이다. 하늘과 땅을 잇는 가교인 것이다.

방콕의 락무앙은 1782년에 세워진 황금빛의 아담한 두개의 기둥이다. 높은 기둥의 끝은 연꽃 모양으로 상층부
끝단을 마무리하였고 낮은 기둥의 끝은 다층 원형탑 형태로 마무리가 되어있었다.
기둥이 있는 건물 밖에
제단이 차려있고 많은 사람들이 향불을 피우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제단의 제물 중에 우리나라의 고사상처럼
돼지 머리가 올라 있어 낯설지 않았다. 


<끌롱 쎈셉의 평범한 일상>

*위 사진 : 센셉 운하 주변 풍경


*위 사진 : 운하를 운행하는 보트. 양옆의 파란 비닐막은 운행 중 물이 튀는 것은 막는 보호장치이다.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따 빤파에서 스쿰윗 소이 21 아쏙까지 쎈셉 운하따라 수상보트를 탔다.
타고 오는 동안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수인선 협궤철도를 떠올렸다.
편하고 깨끗하고 빠른 것만 좇는 세태 속에 낡고 좁은 기차는 정리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그러나 아직 고층건물 사이로 뒷골목 같은 가느다란 운하를 운행하는 이 작은 보트는 나름대로
뚜렷한 ‘존재의 이유’가 있어 보였다. 교통 지옥의 방콕에서 민주기념탑 주변의 구시가지와 스쿰윗을
오가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운하 주변의 물가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운하를 따라 발달된 옛모습의 상점에서
생활 근거지를 갖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이동 수단은 없어 보였다.

짜오프라야 강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관광용 롱테일보트와는 다른 실생활용인 것이다.
배를 타고 오르내리는 온갖 사람들과 운행중인 배 난간에 매달려 승객들로부터
위태롭게 보트 난간을 오가며 요금을 걷는 보트의 조수들과 뒤섞여 보는 경험이 나름 재미가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