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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10(끝)

by 장돌뱅이. 2017. 8. 28.

43. 온더락 그리고......(끝)

아침에 배를 타고 라구나 비치 리조트를 천천히 돌아 보았다.
몇해 전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 우리는 저마다 다른 수영장의 모습에 재미있어 했었다.
이 곳 수영장은 우리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수영장의 모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기발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런 수영장도 있구나'
딸아이는 새로운 수영장을 대할 때마다 서부 영화 속의 인디언처럼 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어 나오질 않았다.

당시에는 이 곳에 있는 다섯 개의 호텔 중 어느 하나에 묵더라도 다른 호텔의 수영장 등 기타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라구나 비치 클럽은 예외로 다른 호텔 투숙객은 입장료를 받았는데 그걸 미처 몰랐던 우리 가족은 수영장의 모습에
매료되어 입장료를 내지 않고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놀았다.
다른 호텔의  타월을 깔고 태연스레 노는 우리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일까?
수영장에 있는 어떤 직원도 우리를 제지하지 않았다. 우리가 물놀이에 지쳐 밖으로 나와 누웠을 때에야
직원이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이제 우리는 다 놀아서 가려고 하는데
그래도 입장료를 내야 하느냐고 물으니 마음씨 좋은 양반이 웃으며 그냥 가라고 하였다.
2000년 12월 중순부터 다른 호텔도 라구나 비치 클럽처럼 수영장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오후는 수영장에서 뒹굴며 보내고 우리는 이번 푸켓 여행의 마지막이 될 온더락 식당을 찾아 갔다.
이 식당의 튀김을 딸아이가 좋아하기도 해서이지만 우리는 푸켓을 처음 찾았을 때 이 식당에서 느꼈던 
감동을 생각해서 푸켓 여행의 마지막을 항상 이곳에서 보낸다. 이
제는 단체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되어 있지만 온더락만큼 운치있는 식당도 흔치 않다.


바다에 가까운 난간의 좌석에서 불타는 노을과 점차 어둠 속에 잠겨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푸켓에서 보낸 며칠을 되집어 나가노라면 늘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여행이여, 꿈같은 약속이 든 마법의 상자여."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이 말을, 나는 푸켓의 마지막 날 온더락에서 저녁을 먹을 때면 항상 떠올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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