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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0방콕&푸켓9

by 장돌뱅이. 2017. 8. 28.

41. 식당 TATONKA 

*위 사진 : 타통카에서주인장과 함께. 피피섬에서 랍스터처럼 익은 아애와 딸아이의 얼굴이 붉다.


방타오 라구나 들어가는 입구에 현지 로컬 외국인들이 가는 고급식당촌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타통카(Tatonka) 입니다. 두짓라구나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Harold Schwarz씨라는
독일인이 나와서 차린 것인데 이 사람이 카라비얀이나 하와이 등에서 요리 경력이 있어서인지
퓨전요리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 같습니다.
                                                         - 챨리님이 보내주신 메일 중에서 -

타통카 식당은 재미있다. 물소를 뜻한다는 식당 이름이 재미있고 갈색의 벽에 그려진 벽화가 재미있다.
인디언 숙소 같다. 타통카에선 음식도 맛있기 이전에 재미있다. 피자에 북경오리 소스가 더해지고
'튀김요리에 사시미가 얹어 나온다'. 일본식과 중국식이, 중국식과 서양식이, 서양식과 일본식이 합쳐진다.
타통카에서 만드는 음식은 이 세상에서 타통카에만 있는 음식이다.


이 식당의 사장이며 주방장이며 홀 매니져의 일인 삼역을 하는 헤롤드씨는 항상 흥겨워 보인다.
더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다간 홀에 나와 손님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설명을 해준다.
바쁜 그의 움직임도 흥겹다. 모든 음식이 헤롤드씨의 작품이므로 설명을 듣는 것도 흥겹다.
그에게 맛이 있느냐고 물어보라. 어떤 음식을 찍건 그의 대답은 동일하다.


"예에∼스, 예에∼스, 예에∼스."
그의 억양을 활자로 옮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그는 큰 등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억양으로 말한다.
그의 부드러움 속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읽혀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흥겨움이다.
일상의 노동이 즐거움일 때 우리의 삶은 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딸아이에게 하는 유일한 그러나 사실은 대단히 어려운 주문이기도 하다.

'무엇이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타통카의 헤롤드씨는 그 모범 답안이었다.

지장(智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고 했던가. 알라만다에서 전화를 하자 픽-업 서비스를 나온
식당 종업원 무스타파도 매우 친절하고 싹싹하기가 주인장 못지 않았다.
그는 파키스탄계의 온 회교도로 낮에는 쉐라톤 라구나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주3일 타통카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우리는 연 이틀 저녁이면 타통카를 찾았는데 매번 무스타파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왕복을 하였다.
마지막 날 나는 그의 성실한 삶에 대한 나의 오만이나 우월감이 아니기를 빌며 평소보다 조금 많은 팁을 그에게 주었다.


식당을 두고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
타통카를 나서면서 항상 이런 생각이 들었다.

'WHY A DAY HAVE ONLY 3 MEALS?'
이번 여행 중 우리 가족이 뽑은 최고의 식당이었다.


42. 알라만다에서 


어제 저녁 타통카에서 돌아와서부터 딸아이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음식물로 때문은 아닌 것 같고 벌레에 물렸거나 독성이 있는 풀과 접촉했을 때 생기는 알레르기 반응 같기도 했다.
팔뚝과 몸 여러 곳에 작은 두드러기가 돋아났다. 딸아이는 매우 가려워하며 고통스러워 하였다.
준비해 간 약을 발라주었지만 그다지 효력이 있어보이지 않았다.

딸아이는 이런 조짐이 피피섬에서부터 느껴졌었다고 했다. 수영장의 탁한 물 때문일까?
아니면 전망대에 오를 때 벌레에 물리거나 풀에 스친 것인가? 의문을 달아보지만 알 수가 없다.
하긴 이유를 안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내일 아침에 정도가 심해지면 병원에 가보기로하고 일단 밤을 지내보기로 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내와 딸아이에게 눈이 갔다. 둘은 곤히 잠이 들어있었다.
딸아이가 접는 종이꽃이 탁자 위에 많이 접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는가 보다.
아내는 역시 내가 잠든 이후에도 딸아이에게 약을 발라주며 애닯어했을 것이다.
슬그머니 먼저 잠들어버린 것이 미안했다.
딸아이의 두드러기는 다행이 심해지지는 않았지만 수그러든 기색도 아니었다.
나는 아내와 딸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 나왔다.

딸아이가 조용하면 세상이 재미가 없어진다.
쉴 사이없이 재잘거리는 통에 '제발 수다 좀 그만 떨어라' 하고 면박을 주곤 하지만
막상 딸아이가 몸이라도 아파 입을 다물게 되면 그 '건강한 수다'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로로 나온 나는 알라만다 뒤쪽의 골프장을 돌아 반얀트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서서히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반얀트리 내의 빌라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나가니 방타오 해변이 나왔다. 방타오비치는 푸켓의 다른 유명 해변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짧은 기간을 제외하곤 파도가 높은 편이며 모래의 질도 좋지 않다.
그러나 나는 방타오 앞바다의 시원스런 푸른 빛 제일 좋아한다. 다른 해변에 비해 수영하는 사람도 적어 거침없는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우리 집 벽에 확대하여 걸어 놓은 딸아이의 사진도 방타오에서 찍은 것이다.)


쉐라톤을 돌아 방으로 돌아오니 아내와 딸아이가 일어나 있었다.
몸에 난 두드러기는 나아지지 않았으나 딸아이는 특유의 명랑함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곳 라구나에서 어차피 게으른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으므로 우리는 배가 고파질 때까지 거실에서 뒹굴다 식당을 찾았다.
알라만다 식당의 쌀국수는 아내와 딸아이가 그리워하던 음식이다. 남프릭을 쳐가며 먹는 맛이 무척 개운하단다.
 



오후는 수영장에서 보냈다. 알라만다 수영장은 직사각형의 통상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딸아이는 물 속에서 보는
남색의 타일이 멋있다며 이 곳을 좋아한다. 책을 읽다 잠을 자다 수영을 하다, 단순한 반복과 휴식이 한가롭고도 행복하다.

저녁에 우리는 또 다시 타통카로 갔다. 무엇이건 맛있는 음식을 보면 질릴 때까지 집중적으로 먹는 것은 딸아이의 습성이다.
이번 여행도 어느 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루 밤만 남았을 뿐이다.
우리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매점에서 맥주 등을 사가지고 방에서 조촐한 파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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