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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1방콕·푸켓·끄라비2

by 장돌뱅이. 2017. 9. 10.

2.  방콕에서

업무출장을 포함하여 수십 차례 태국을 다녀왔으면서도 크리스마스가 태국에서 휴일일까에 대하여
한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이번에 방콕에서 만난 K의 말을 통해서야 비로소  태국에선 12월 25일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내가 세상을 보는 눈 역시 틀 속에 갇혀 있음을 알게 된다.
공휴일은 아니어도 방콕의 호텔과 이름난 백화점 앞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 양배추와 콘돔(CABBAGES & CONDOM)>





‘양배추와 콘돔’이라는 연극 제목같기도 하고 성인용 비디오 제목같기도 한 이 이름은, 

뜻밖에도 방콕의 스쿰윗 소이 12에 있는 식당의 이름이다.
콘돔이 우리 생활 속에서 야채처럼 쉽게 발견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식당은 태국 PDA (POPULATION AND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꽤 이름이 알려져 방콕의 본점 이외에 태국 내에 여러 곳에 분점이 있다고 한다.

PDA는 가족계획과 에이즈 방지 캠페인 홍보에 이 식당을 활용하고 있다.
식당의 곳곳에는 콘돔에 대한 친근감을 강조하고 안전한 성을 강조하는 의도로
콘돔으로 만든 장식과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도 계산서와 함께 콘돔을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식당은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져 있는데 K와 나는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음식은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맛도 훌륭했다.

톰양꿍은 아내와 딸아이가 좋아하지 않아 가족과의 여행 때는 시키지 않는 음식이라 주문했다.
그 외에 솜땀도 팍붕파이뎅도 그리고 닭을 바나나 잎으로 싸고 튀긴 ‘까이호 빠이 토이’
(HONEY-ROAST CHICKEN IN BANANA LEAVES)도 추가하였다.



<맛사지.>
핸드폰과 인터넷이 그다지 상용화되기 전 외국으로 출장을 오면 회사에 호텔의 연락처와
방번호를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에 팩스나 전화를 이용하여 메시지를 남겨두게 했던 적이 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올 때면 후론트의 직원에게 습관처럼 묻곤 했다.
“에니 메시지 훠미(ANY MESSAGE FOR ME)?
그럴 때 잦은 출장으로 얼굴이 서로 익으면서 가까워진 방콕 호텔의 직원은 농담으로 답을 하곤 했다.
“노 메시지, 온리 맛싸지(ONLY MASSAGE)."

태국에 와서 맛사지 한번 안받아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쿰빗 쏘이22의 HUTTASAT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2시간에 240바트라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사지의 질은 괜찮았다.
맛사지사는 나이가 들고 덩치가 큰 편이 좋다는 것이 동행한 K의 생각이었다.
경험과 힘을 겸비한 맛사지사가 좋다는 뜻이겠다.



<꼬 사무이를 비켜가며>

이번 여행이 ‘나홀로 여행’으로 바뀌면서 나는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계획했던 푸켓 일정에서 바꾸어,
방콕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CHUMPORN까지 간 후 버스와 보트를 갈아타고 꼬 따오와 꼬 낭유안에서
하루 이틀을 묵은 후 꼬 사무이(KO SAMUI)를 거쳐 끄라비(KRABI)까지 돌아보는 것을 계획했다.

그런데 K는 나의 이런 계획을 날씨를 들어 극구 반대를 하고 나섰다.
12월의 꼬사무이쪽은 푸켓과 달리 날씨가 엉망이라며 하루 전날 그곳을 다녀온 사람의 설명까지 곁들였다.

결국 꼬사무이를 경험하는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고 원래대로 푸켓과 끄라비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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