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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1방콕·푸켓·끄라비7

by 장돌뱅이. 2017. 9. 13.

7.끄라비2

<끄라비의 보름달>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가벼웠다. 일찍 잠이 들고 깊은 잠을 잔 덕분인 듯했다.
라이레이 동쪽에서 일출을 보고 서쪽 해변으로 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700 - 800미터 정도의 해변을 왕복하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까론비치에서의 행복함이 라일레이라고 없을 수 없다.

SEA SAND의 식당에서 150바트짜리 아침 뷔페를 먹었다. 
가짓수가 많지 않은 단촐한 차림이었지만 먹을 만했다. 특히 생선 살을 넣은 죽이 입에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보트를 빌려 치킨섬(KOH KAI)과 포다섬(KOH PODA)을 향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치킨섬엔 섬 한 쪽에 작은 매점이 하나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바닷물은 더없이 맑아 보였는데 막상 스노클링을 위해 들여다 본 물속은 그리 맑지 않아 시계가 흐렸다.
나는 좀더 깊은 곳으로 가면 나아지지 않을까하여 멀리 나아가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다 자칫 큰 일을 당할 뻔하였다.
큰 파도에 휩쓸리면서 물을 먹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사력을 다해 해변 쪽으로 헤엄을 쳐야했다.

나를 태우고 온 사공은 배를 해변에 대고는 잠이 들다가 내가 눈물 콧물이 쑥빠져 배에 오르자 깜짝 놀라 일어 났다.
조용했던 해변은 얼마 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도착하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해변에 도착한 그들 중 몇몇은 탄성을 지르며 물로 뛰어들어 어린 아이들처럼 물싸움을 시작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포다섬에 도착했을 땐 길게 이어진 해변을 따라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수영을 즐겼다.
포다섬에는 식당과 숙소가 하나 있었다.
그리 호사스럽지 않고 수수해 보이는 시설엔 에어컨 룸은 없고 오로지 팬룸만 있다고 했다.

포다섬 다음엔 라일레이 해변 옆에 있는 TONSAI 비치로 갔다.
톤사이 비치는 폭도 작고 길이도 짧은 비치로 사람들은 수영보다는 바위타기를 위래 이곳에 오는 것 같았다.
해변 한쪽의 바위에서는 젊은이들이 바위타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에는 나도 HOT ROCK에서 바위타기를 했다.
바위타기는 반나절코스와 하루코스 그리고 3일코스가 있었으며 가격은 각각 800, 1500 그리고 5000바트였다.
반나절코스가 가장 기초코스인 것은 당연하다.
나는 태국인 가이드 MR SUK과 스웨덴에서 온 20세의 젊은 여성
MS SARA와 한조를 이루어 동쪽 해변의 DIAMOND CAVE NORTH FACE라 불리우는 절벽을 오르내렸다.

SARA는 동남아를 2달째 여행 중이며 앞으로 4개월쯤 더 여행을 한 후 스웨덴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앞으로의 인생 계획은 그 다음에 혹은 여행을 하면서 생각해 보겠단다. SARA는 스웨덴에서 인공암벽을
탄 경험이 있어 바위를 오르내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내가 팔다리를 온통 긁힌 것에 비해 그녀는 땀만 젖고 송진가루만 묻었을 뿐 긁힌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어제가 보름이었으니 하루 정도만 이지러진 달은 눈으로 보기에는 아직 보름달이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하늘의 구름이 걷히면서 둥실 어머니 마음같은 보름달이 떠올랐다.
그리고 주위가 환해졌다. 잠깐 떠나온 것이지만 먼 객지에서 보는 보름달엔 어렴풋이 향수가 어려 있었다.
나는 서둘러 밥을 먹고 카메라에 그 달을 담았다.
끄라비에서의 마지막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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