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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2(2월)방콕1

by 장돌뱅이. 2017. 9. 14.

1. 그래 태국!!! 

세상에는 보통 사람들이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어떤 것을 절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책마다 길이가 다르게 나오는 한강의 정확한 길이가 궁금하여 직접 자신이 그 길이를
재보려 나섰다가 우리 국토의 참모습을
헤아리는데 삶을 바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어린 시절
마을 뒷산에 피던 야생화의 아름다운 기억을 못잊어 고향을 떠나온 뒤에도 틈만 나면 야생화를 찾
아다니며 카메라에 담다가 야생화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어쩌면 우연일 수도 있는 그 짧은 순간에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무엇인가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휘감는 진한 운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연이란 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하지 않던가.



딸아이와 태국과의 만남을 그렇게 거창한 범주에 넣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딸아이는 몇번의 태국 여행을 통해  태국에 심취해 있는 듯했다.
어떤 논리적인 설명 이전에 그냥 좋은 곳이라고 했다. 

구태여 손으로 꼽자면 몇 개의 장소와 몇 그릇의 음식, 그리고 몇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기억이 전부일지
모른다. 그것도 안락한 여행이 주는 프레미엄이 더해진.
왓프라케오와 왕궁, 담넌사두악의 수상시장, 폐허의 옛도시 아유타야,
까론비치의 잔잔한 바다, 푸켓타운 펄극장 뒤쪽의 허름한 바미국수집,
부드러운 밤바람의 보트하우스와 그곳의 미스터 인추안, 피피섬의 맑은 물,
딸아이를 몹시도 귀여워하는 태국인 A 등등.
그러나 무엇이건 좋아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설명을 넘어설 것이다.

삼일절을 낀 연휴에 이틀을 더한 짧은 여행. 짧기에 더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는 욕심에
여러 여행지를 바꾸어 가며 상상을 해보았다. 아내도 그랬다고 한다.
그럴수록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딸아이는 주저없이 말했다.
“나는 그냥 태국!!! 무조건 태국!!!”
그러자 별안간 동남아 모든 여행지로 뒤죽박죽이 된 우리 부부의 머리 속도
명쾌하게 정리가 되는 듯 동시에 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 맞다! 우리도 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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