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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2(2월)방콕(끝)

by 장돌뱅이. 2017. 9. 17.

7. 돈무앙 공항에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딸아이 앞에 있는 맥주 잔은 나의 것임을 밝힌다.


귀국길. 체크인을 하고 공항에서 맥주를 마셨다.

어행이 끝날 때마다 드는 아쉬움을 뿌듯함으로 바꾸어야한다고 주장해보지만 말처럼 잘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인지 정리되지 않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구 해대며 길낄 거렸다.

여행 한번에 너무 많은 이유와 기대를 걸 것은 없다.
색다른 문화를 체험한다고 동분서주의 부산함을 떨 것도 없고,
현지인과의 교감을 위해 억지스런 만남의 의미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선은 그냥 좋아하는 곳으로 짐을 꾸려 떠난다는 사실이 주는 새털같은 가벼움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크건 작건 만남은 늘 예정되어 있는 것이고 서둘러 틀을 만들어 거기에 맞는 무엇인가를 집어넣어야 하는
여행은 피곤한 노동일 뿐이다. 여행은 언제나 작은 일들로 가득 차 있어서 좋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일상에서는 작은 일들이 커다랗게 변하는 마술의 시간이어서 좋다.

일상에서는 ‘잠자고 나서‘, ‘먹고 나서’, ‘차타고 간 후에‘가 중요하다면
여행은 잠자고 먹고 차타는 일 자체가 중요한 일이 된다.
어떤 이는 카오산의 허름한 합숙소에 잠자리를 펴면서도 행복할 것이고
어떤 이는 특급 호텔의 깨끗한 침대 시트 속에서야 단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비행기 일등석의 넉넉한 여유를 위해 이름난 식당을 피해가고
어떤 이는 감미로운 식사를 위해 이코노미석의 옹색함을 견디는 것이다.
그것은 합리와 불합리, 낭비와 절제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기호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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