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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3방콕·푸켓2

by 장돌뱅이. 2017. 9. 21.

2. 뿌팟퐁커리
나는 솔직히 매사에 좀 게으른 편이다. 머리는 항상 ‘다음 주’에 깎아야 해서 더부룩하고
리모컨이 없던 시절에는 아내에게 자주 TV 리모컨의 대역을 시켜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음식 중에 게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에는 그다지 불만이 없는데 먹는 과정 - 먹을 부분이 딱딱한 껍질 안쪽에 들어 있어서
다른 음식에 비해 먹는 수고로움이나 번거로움을 더해야 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내가 생선회나 제육보쌈 따위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 그 음식이 나오는 즉시 바로 양념 따위를
찍어 먹을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아내의 추측은 어느 정도 이유가 된다.
아내는 정반대로 게장이나 무침류를 좋아한다. 특히 게장을 좋아한다.
‘옛부터 게장은 밥도둑‘이라고 불렀다면서 속살을 끈기있게 발라먹고 양념자에 밥도 썩썩 잘 비벼 먹는다.

그런데 그런 내가 태국의 게요리는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뿌팟퐁커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커리와 코코넛크림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나를 매료 시킨다.
어쩌면 게 자체보다 소스를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게 요리인데 왜 태국에서만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아내는 먹을 때마다 신기해 한다. 

식구들이 도착한 저녁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우리는 뿌팟퐁커리를 먹으로 갔다.
이 음식이 처음인 처제도 단 한번의 시도에 뿌팟퐁커리 팬이 되어버렸다.
태국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에 뿌팟퐁커리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포함된다면 내가 너무 수다스러운 사람일까?


3. SOI 26 국수집, "룽르엉"(泰榮)


식당 이름 "룽루엉"은 룽(아저씨)르엉(이야기) 라는 뜻이라는데 '泰榮'과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간판이 붙어있다.


업무 출장을 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태국인들에게 방콕의 유명 국수집에 대해 묻곤 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국수집을 갖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집을 추천하여 주었다.

어떤 태국인은 국수를 좋아하냐고 물어 그렇다고 하자 자신만의 은밀한 곳을 소개하는 양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이 집으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그의 득의만만에 흠집을 낼 수 없어 사실 하루 전에도 이곳을 다녀갔지만 모른 척 해야 했다.
덕분에 연 이틀 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게 되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제공되는 뷔페 대신 이곳으로 ‘유료’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유료라고 하지만 가격이 매우 사서 '무료'나 마찬가지다.  
주인 아저씨는 시키지도 않은 서비스 음식을 주문한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
꿰이띠아우남(물국수)와 꿰이띠아우행(비빔국수), 국수가닥의 굵기 외엔 말을 나룰 수는 없었지만
눈웃음으로만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나의 얼굴을 기억하는 듯했다. 



나는 늘 한가지로 곱배기를 먹는 대신에 보통 크기로  물국수와 비빔국수 두 가지를 시켜 먹는다.
국수가 나오면 식탁 위에 있는 양념으로 적당히 맛을 조절하여 먹으면 된다.
물국수는 국물이 시원하다. 술 먹은 뒷날 속풀이로 제 격이다.

아내가 말했다.
“태국의 매력 중의 하나는 30바트짜리 음식이나 300바트짜리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같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가격대비의 상대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각각의 음식이 지닌 절대적인 맛과 가치에 대한 만족 말이다.
오후 서너 시경 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 꾸웨이띠아우 무우 (돼지고기가 들어간 쌀국수) 30 baht
- 꾸웨이띠아우 피셋 (곱배기) 40 baht 
  (어디선가 들은 위 가격표의 해석인데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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