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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3방콕·푸켓4

by 장돌뱅이. 2017. 9. 22.

7. 푸켓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타이항공으로 푸켓으로 향했다.
숙소는 빠똥의 홀리데이인 (부사콘윙)에 체크인을 했다. 아내와 딸아이는 푸켓에 다시 온 것으로,
처제는 난생처음 푸켓에 발을 디뎠다는 설레임으로 즐거워 보였다. 나 역시 그랬다.

방콕에서의 하루 일정을 짜는 것만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푸켓 일정을 짜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방콕에서와 동일한 이유 때문이었다. 몇 번의 푸켓 여행 경험이 있는 아내와 딸아이와 초행인 처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공약수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초행인 처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2박3일의 일정으로 푸켓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시간 관계상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늘 너무 큰 곳이 푸켓이었으니까.

먼저 해변의 선택에 있어서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까론 비치와 빠똥을 두고 고민 끝에 빠똥을 택했다.
빠똥은 푸켓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니만큼 푸켓의 대표적 해변이라 할 수 있겠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주변의 여건 또한 푸켓 개발의 정점을 보여주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해변의 선택 이후에는 숙소 선정을 해야 했다. 홀리데이인은 시설 자체가 다른 곳과 비교하여 특별히 뛰어나달
수는 없으나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님) 빠똥의 중심부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주변의 개발된 환경을 손쉽게
이용 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 위치적인 편리성이 빠똥 노보텔과 비교 끝에 최종적으로
홀리데이인으로 바꾸는 이유가 되었다

까따마마에서 점심을 먹었다. 까따마마는 그간 개보수를 하였는지 한결 단정해진 모습이었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우리 가족과 낯이 익은 종업원 MR. TIEN은 몸이 더욱 많이 불어 조금은 굼떠보이는
모습으로 테이블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게튀김과 새우튀김 - 게으른 내가 게요리를 먹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맛.
변함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 마리나코티지의 숲을 걸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잔디밭과 야자나무의 사이로 난 마리나코티지의 작은 오솔길을 걷는 것은 늘 기분이 좋다.
마리나코티지에 와서 온더락을 지나칠 수 없었다. 까론 비치가 내려다 보이는 가장자리에 앉아 마이타이주를 마셨다.
난간 아래로 맑은 바닷물은 출렁이며 끊임없이 바위를 적시고 있었다.
길게 휘어진 까론 비치의 모습은 늘 그렇듯 한가로워 보였다.
아! 어쨌거나 우리는 또 푸켓에 온 것이다.


8. 사이먼 쇼와 식당 칼슨스(KARLSSON'S)
푸른색 타일이 깔린 홀리데이인의 수영장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사이먼쇼를 보러 갔다.
공연장은 홀리데이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오래전 방콕의 앰버서더 호텔부근에서 같은 카토이의 칼립소쇼를 본 적이 있다.
푸켓의 공연장은 시설과 규모에 있어 방콕의 그것을 압도할만큼 크고 웅장했다.
태국에만 오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태국은 정말 대단한 관광대국이다.


공연의 내용과 질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이런 정도의 극장이 상설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방콕과 푸켓의 여행객의 규모를 알려주는 또 다른 척도가 되겠다. 

특히 딸아이는 사이먼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아마 ‘카토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 듯 했다.
그러나 쇼 자체에서는 그런 호기심 이상의 인상을 받지는 못한 것 같았다.


쑈를 관람하고 간 식당 칼슨스 KARLSON'S에서도 그다지 깊은 맛을 느끼지 못했다. 
메인에 앞서 나온 스프는 무슨 이유때문인지 마치 소금국처럼 짜디 짰다.
서양인 매니저는 직접 맛을 본 후 미안하다며 다시 손을 보아 가져왔지만 그것 역시 짠맛은 여전했다.
까탈을 부리는 인상을 줄까봐 더 불만을 하지 않고 그냥 물을 부어 먹었다.
(나중에 매니져는 스프 가격을 계산서에서 빼주는 친절을 보였다.)
고기의 질도 맛도 우리 모두에게 별로였다.
우리 일행은 저마다 접시 위에 고기를 남기고 일어섰다.

호텔로 돌아오기 전 우리는 잠시 빠똥의 밤거리를 걸어보았다.
상점은 사이먼쇼의 조명보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갖가지 얼굴과 저마다 다른 차림새의 사람들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푸켓이 있어 우리는 여기에 왔고 낯 모르는 사람과의 잠시 눈웃음을 나눌 수 있다.
그렇게 일상의 무게를 떨쳐버린 여행은 늘 가볍다. 흥겹다. 
우리 가족의 정서로는 아직 편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요란한 푸켓의 밤거리나
 저 골목 끝까지 한덩어리인 것처럼 번쩍거리는 야광등의 현란함까지도 그렇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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