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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3방콕·푸켓(끝)

by 장돌뱅이. 2017. 9. 23.

9. 카이섬
한정된 시간 때문에 처제에게 피피섬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카이섬은 그 대안으로 만들어낸 일정이었다. 아무리 스피드보트가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당일치기로
피피섬을 가는 것은 내게 적절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피피섬은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적어도 하루는 묵어보아야 할 곳이 아닐까?


이에 비해 카이섬은 푸켓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이동시간이 매우 짧고 섬에서의 활동(스노클링)시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투어 대상지라고 생각했다. 걸어서 5분 이내에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이 섬은 맑은 물로 둘러쌓인 해변 가까이까지 물고기들이 몰려와 즐거움을 주는 섬이었다.

여행사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바나나를 가지고 물 속에 들어가면 몸 가까이 고기들이 몰려와 요동을 쳤다.
스노클링을 하다 나와 바다를 향해 배치 해놓은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그것 이외에는 전혀 할 것도 볼 것도 없는 섬이다.
하긴 그것 이외에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누군가 이 섬을 ‘작은 우주’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흰 모래, 맑고 푸른 물, 살풋한 바람 속에 책을 읽다 보면 나른하게 감겨오는 졸리움.
기발한 어떤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한나절 동안 휴식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우주에 틀림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빠똥의 리플렉스죤에서 받은 맛사지도 괜찮았다.
방콕의 킹앤아이에 비해 다소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흠이라면 흠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보트하우스의 해변 가까운 좌석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을 걸었다.
잔잔한 파도소리가 해변을 적시는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그리고 완벽한 천국의 하루였다.


10. 귀국길
적어도 여행의 마지막 날은 하루 종일 호텔에서 보내는 것이 우리 가족이 정한 원칙이다.
아침부터 수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도 수영장에서 해결했다.
수영장에서 먹는 팟타이 - 그것은 딸아이의 방식이다.

그리고 다시 수영과 낮잠과 독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엔 까따 하이드 어웨이로 가서 피부 회복 프로그램을 받았다.

드디어 푸켓에서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짐을 꾸려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오는 길,
해는 바다 위로 길게 금빛 물감 풀어 놓은 채 수평선 가까이로 기울어 있었다.


갑자기 패닉의 노래 "달팽이"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었다.
그 노래가 푸켓의 마지막 저녁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지고 불러졌겠지만 푸켓의 바다를 떠나는
아쉬움이 역력한 일행의 모습에서  ‘달팽이‘의 노랫말이 왠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히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거야.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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