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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04치앙마이2

by 장돌뱅이. 2017. 9. 25.

태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왕과 왕족에 관한 사진이다.
가정집과 가게의 벽 위에 걸린 작은 사진이나 거리 곳곳에 세워진 대형 초상화는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금방 익숙한 것이 된다.

8월엔 태국왕비의 생일이 있다.

생일날 아침, 영자 신문 "방콕포스트"는 왕비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전면광고로 더욱 두툼해졌다.

거리 곳곳에 갖가지 형태의 기념물들이 세워져 있었고 텔레비전은 생일날 저녁의

축하행사를 오래도록 생중계하였다.
지금의 왕비는 치앙마이출신이라고 한다.

태국인에게 왕은 어떤 존재이며 왕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인가?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유럽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이다.

그것이 기본적으로는 당시 식민 지배 국가들간의 세력 견제에서 비롯된 부산물이라해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적절한 외교 노선을 견지한 몽쿳왕이나 쭐라롱콘왕의 지혜로운
노력을 부인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그것이 존경받는 이유의 전부일까?


현재의 푸미본왕은 1946년 즉위한 왕이다.

그는 최초로 일부일처제를 실행에 옮긴 왕이며
태국인들의 아픔을 만져주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자애로운 왕이라고
내가 아는 태국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 이외에 그가 태국의 현대사에서 남긴 흔적에 대해 나는 아는 바 없다.
다만 몇 번의 군부쿠테타의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죽어갔음에도

반대도 지지도 하지 않았던 그의 애매한 태도를 기억한다. (한번의 반대가 있었던가?)
그의 입장은 무엇인가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한다.하는 그의 입장이  태도이다..


호사가들은 고령의 태국왕을 이을 후계자에 대해 말하곤 한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다’고 소문이 난 왕자 대신에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여

여왕이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태국인들에게 함부로 물어볼 말은 아닌 듯 했지만 허물없는 태국인 친구에게
식사 중 여담처럼 이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그 역시 그런 평가와 예측이 존재함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이야기 끝에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결론을 지었다.

“왕이 살아 있는데 후계자를 말하는 것은 왕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일이야.”

그의 말은 놀라웠다.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기까지한 말이었다.

동시에 나는 태국인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세계 속에서 언제나 자신들을 위해 힘써주고 노력하고
자심들을 위로해주고 감싸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은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부러운 것이지 않는가.

어쨌든 태국인은 태국의 왕을 최고로 존경한다.

그것은 이해나 평가 이전에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암기사항이다.

우리가 학창시절 입시공부를 할 때 자주 들었던 말처럼
이해가 가지 않으면 외워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 어느 곳이던 그곳의 모습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최선'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좀더 간단하고 현실적인 이유로 태국왕을 존경한다.
“왕비 생일이 휴일이면 왕의 생일날도 그렇겠네?”
“당연하지.”

“그럼 뭐 왕을 존경할 수 밖에 없겠네. 우리나라에 없는 휴일이 이틀이나 있는데.”


* 아래 사진들 : 상가 입구, 사원, 길거리 어디든 눈에 띄는 왕비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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