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한가위 보내기

by 장돌뱅이. 2017. 10. 10.

축제 분위기가 가장 길었던 한가위 연휴.

아내와 자주 한강 변을 걸었다.
강변에도 가을이 왔다.
잔물결 위에
사금파리처럼 부서지는 성긴 햇살이며 
코스모스를 가볍게 흔드는 바람. 
헐렁해진 허공.
해 질 녘의 서늘한 기운.
걸음도 살랑 가벼웠다. 




손자 친구가 큰절의 '개인기'를 선보였다.

아마 제 부모의 의도적인 반복 훈련이 있었으리라.
아무렇거나 친구의 오체투지에 가까운 절을 받으니 한가위 저녁이 더욱 풍성해졌다. 




친구와 집 주위 산책도 흥미진진한 놀이였다.

이제 장난을 먼저 시작할 줄도 아는 친구의 성장이 흐믓했다.




썰물처럼 손님들이 빠져나간 명절의 뒤끝,
아내와 둘이서
각종 전(煎)을 한꺼번에 넣고 새우젓과 무를 넣어 졸인 반찬과 함께 식사를 했다.
동그랑땡과 동태전, 버섯전과 호박전 등등.
아내가 큰집에서 차례 준비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우리집 손님 맞이로 별도로 만든 전도 더해져 자못 양이 많았다.

별미여서라기보다는 졸임이라도 만들어야 빨리 정리할 수 있다는 의도가 강한,
아내와 나만의 허드레? 음식이지만 그래도 짭짤한 맛이 그리 나쁘진 않다.
간소화·간편화의 세태에 그다지 인기가 없는 전이 언제까지 남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일요일, 아내와 
성당에 가서 잠시 고개를 숙였다.
한가위의 평화에 감사를 드렸다.
"그렇듯 언제나 저희에게 평화를 허락하소서."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너그러운 마음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신약성경』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 4장4절 - 7절 -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렛쓰고 타이거즈!  (0) 2017.10.28
단골식당의 그 후  (0) 2017.10.13
나의 손자 나의 친구  (0) 2017.07.25
감자 수제비  (0) 2017.07.23
뜻밖의 복달임  (0) 2017.07.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