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복에 아내 덕분에 때아닌 과메기로 복달임을 했으니
중복엔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에게 물었다.
"오늘 중복인데 당신 뭐 먹고 싶어? "
아내의 즉각적인 대답.
"감자수제비!"
사실 아내가 좋아하는 부침 종류를 예상하고 물었는데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조금 어려운 과제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내친 걸음이었다.
"감자수제비? 밀가루 수제비에 감자를 썰어넣는 거?
아니면 감자를 갈아서 수제비로 만들어 넣는 거?"
"아무거나."
아직 레시피 없이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몇 가지뿐이다.
요리책을 뒤져 보았다.
다행이 EBS "최고의 요리비결"이라는 책에 감자수제비 만드는 법이 있었다.
'내가 수제비를 만든 적이 있었나?'
책을 펼치자 레시피 한쪽 구석에 "반죽의 점도를 고려할 것"이라는 메모가 쓰여있었다.
그랬다. 작년 이맘 때쯤 하지감자 수확 직후에도 내가 만들었던 기억이 났다.
한결 자신감이 생겨났다.
1. 다시마와 멸치, 마늘을 넣어 육수를 끓인다.
2. 강판에 간 감자에 밀가루, 달걀, 잘게 썬 부추를 넣어 반죽을 만든다.
3. 애호박과 말린 표고버섯을 준비한다.
마지막은 제일 어려운 단계이다.
반죽을 일정한 크기와 두께로 떼어내는 손기술이 필요하다.
나의 수제비는 아직 모양이 크고 작고 두툼하고 얇고 각각인 수준이다.
하지만 아내는 기꺼이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었다.
위 사진은 근자에 내가 개발한(?) 감자멸치조림이다.
아내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던 맛이라고 했다.
해마다 이맘 때는 햇감자를 수확한 직후라 감자를 재료로 한 음식을 자주 하게 된다.
게다가 아내는 감자를 무척 좋아한다.
감자로 또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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