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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7 방콕-후아힌 돌아보기1

by 장돌뱅이. 2012. 4. 23.

여행시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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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아내와 잠시 태국을 다녀왔다. 태국에 머무는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보냈다. 아침이면 수영장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러
나갔다. 가끔씩 산책과 맛사지를 곁들였다. 물 밖으로 끌려나온 낙지처럼 우리는
텅 빈 시간 속에 한껏 늘어져 지냈다. 가끔씩 동행하지 못한 딸아이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졌을 뿐, 수영장가에 누워 올려다보는 허공에는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다.

좀 더 나은 글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이 쓴 글이 마치 남의 글처럼 낯설게 느껴질 만큼
여러 날이 지난 후에야 다시 꺼내어 퇴고를 가하라고 충고한 소설가가 있다.
혹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도 그와 같은 것 아닐까?
익숙해진 일상과 떨어져 그 일상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그렇게 두고 온 일상이 낯설어질 만큼의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번잡한 계획과 기대가 없는  하루하루는 느릿하게 흘러갔다.

밥 먹으러 간 식당을 중심으로 한 순례기가  여행기에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행 중에 한 일이 주로 그것뿐이니 어쩔 수 없다.


1.에라완 티룸(ERAWAN TEA ROOM)의 애프터눈 티
방콕에서 가볼만한 장소 중에 에라완사원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늘 향불 연기가 자욱한 에라완사원에서의 기도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여기에 오는 태국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진지하게 기도를 올린다.
심지어 근처 찻길에서 신호대기 중인 오토바이 운전사도 시원을 향해 손을 모은다.
끝없는 기도객들의 행렬은 나 같은 무종교의 여행자에게도 신심을 일게 한 정도이다.
한쪽 구석에선 전통 복장을 한 무용수들의 춤이 자주 공연된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그 모든 이국적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이른바 ‘가격대비 만족도’는 무한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옆에 있는 에라완백화점의 이층에 에라완티룸이 있다. 방콕 여행 중에 이곳에서
애프터눈 티 타임을 가졌다면 일단 가격적인 면에서 행운을 잡은 셈이다. 수준급의
분위기와 서비스에 실속 있는 차와 음식들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와는 달리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 아내는 음식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그냥 커피 한 잔에 더불어 나오는 간식 정도로 생각하여 만족을 표했다.  

에라완 티룸은 그랜드 하얏트 에라완(GRAND HYATT ERAWAN)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하얏트에 짐을 풀고 난 방에서 휴식을 취하다 에란완티룸으로 향했다.
호텔과 백화점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여행 중 나는 자주 호텔은 잠만 자는 장소가 아니라 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시설이
집약되어 있는 편리한 곳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그래서 스쿰윗에 머물 때는
실롬으로 식사를 하러가고 실롬에 머물때는 그 반대로 스쿰윗으로 가는 좀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여왔다.
아내는 그것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이번 여행에서는 가급적 호텔 내부나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서 휴식과 식사를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 사진 : 그랜 하얏트 에라완의 로비

언제 개장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랜 하얏트 에라완 호텔의 디자인은 구식이다.
로비 라운지의 기둥과 (어릴 적 딸아이가 ‘공주 계단’이라 부르던 둥글게 휘어져 내려오는)
계단 모양새가 그렇고 룸의 구조와 비치된 가구가 그렇다. 그러나 호텔은 분위기는
청결하고 상쾌하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친절하기 그지없어 아쉬움은 없다.
호텔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꾸물거리던 날씨가 기어코 비를 쏟아 붓는다.

방으로 들어와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보았다.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의 경기.
아내와 나는 인도네시아를 응원한다. 잠시 그곳에 살았었다는 지연(地緣) 때문이다.
살았었다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같이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의 누적은 그곳
사람들과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한다. 인도네시아 2:1승. 마치 우리 팀이 승리한 것처럼
덩달아 즐거워진다. 내가 알고 있는 기억 속의 그곳 사람들도 기뻐할 것이기에.  

2. 쏜통포차나 (SORNTON POCHANA)

늦은 저녁을 먹으러 손통포차나로 향한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아내와 나에게 방콕 여행의
시작을 의미하는 곳이 되었다. 한동안 쏘이 24의 씨푸드레스토랑이 그랬던 것처럼.
음식과 맥주를 나누며 아내와 나는 방콕의 ‘입성’과 여행의 시작을 자축했다.
식사를 마치고 아시안허브에서 받는 맛사지 또한 동일한 의미를 지닌 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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