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으로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을씨년스런 강변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작은 개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모자를 쓴 사내는 몸을 웅크린 채 우산에 의지하여 맞부딪쳐오는 비바람을 막아보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절없이 이미 몸이 다 젖었을 것 같다.
여자도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걸을 뿐 상황이 크게 나아보이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 이 궂은 날씨에 길을 나선 것일까.
모진 걸음의 끝에는 따뜻한 위로와 향기로운 차 한 잔이 기다리고 있을까?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비바람과 마주서거나 일상의 등짐이 무거워지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하루가 유난히 무겁게 흘러가기도 한다.
그럴 때 '또 한 번만 지면 다 진다'는 아이의 긍정적인 다짐을 떠올려 본다.
갸냘픈 몸으로 나락을 나르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당차보인다. 기특하고 유머러스하다.
삶은 때로 그렇게 견디고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안죽도 두 번만 지면 된다.
또 한 번만 지면 다 진다.
-안동 대곡분교 2년 이용국(1968년 2월), 「나락을 지고」-
(이오덕, 『일하는 아이들』에서 인용)
* 나락(벼) / 안죽도(아직도)
*글의 제목은 송창식의 노래 「창 밖에는 비오고요」를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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