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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영화 『액트 오브 디파이언스』

by 장돌뱅이. 2020. 10. 23.


넬슨만델라는 1963년
이미 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상태에서 '리보니아(Rivonia) 사건'으로 다시 법정에 선다.
요하네스버그 인근 리보니아의 한 농장에서 모임을 갖던 무장 저항 단체인 "민족의 창(Umkhonto we Sizwe :
Spare of the Nation
)"의 조직원들이  체포되고 리더였던 만델라도 기소된 것이다.
1964년 4월 20일 만델라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독재권력과 싸우기 위해 폭력적인
투쟁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폭력주의자인 자신과 동료들의 입장을 설명하며 자신이 관계하고 있던
단체의 성격과 목표,
공산당과의 관계 등을 밝힌다. 
유명한 진술은 "나는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로 끝난다.

"나는 백인들에 의한 흑인 지배와 싸워왔고 또 흑인들에 의한 백인 지배와도 싸워온 사람이다.
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동등한 기회를 향유하고 살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이상을 소중하게 여겨왔다.
나는 그 이상의 실현을 위해 살고 싶고, 또 그 이상을 실현시키고 싶다.
그리고 만일 필요하다면,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 이 재판에서 한 백인 변호사가 만델라와 그의 동료들을 변호했다.
그의 이름은 브람 피셔(BRAM FISCHER)이고, 영화 『액트 오브 디파이언스(An Act of Defiance)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브람 피셔는 유명한 백인 가문의 후손으로 영국의 옥스포드에서 공부했다.
유학을 마치고 남아공으로 돌아온
피셔는 공산당(SCAP)에 가입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렌지 강" 식민지의 수상을 지냈고, 그의 아버지는 "오렌지 자유" 주의 대법관이었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수상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난 자유 투쟁을 위하여 사는사람들 중에서
가장 용감하며 지조가 강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
···)그의 아내 세마와 친구가 되었으며,
이들 모두는 정치적 급진주의자로 공산당 당원이었다.

-넬슨만델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중에서-


리보니아 재판 후인 1965년 브람은 사보타주 음모 혐의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사보타주(Sabotage)는 보통 '태업'이라는 뜻으로 쓰이나 당시 남아공에서는 '공공 건물에 대한 파괴활동'을 의미했다.
1975년 브람은 암 진단을 받아 감옥에서 풀려난 직후 가택 구금 상태에서 죽었다. 

나는 슬펐다. 비록 정부는 브람의 몸에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그를 끊임없이 괴롭혀서 결국 일찍 죽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가 죽은 뒤에도 쫓아다녔는데, 화장한 그의 유해마저 압수해 갔다.

브람은 순수주의자였다. 리보니아 재판 이후 그는 지하운동을 하며 불법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투쟁에 기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심했다. 그 재판이 그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었던 것이다.
왜냐면 그가 법
정에서 대변하던 사람들은 감옥으로 가는데 그는 자유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백인 판사
장의 아들이 힘없는 자의 권리위하여 법정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투쟁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에게 불법자의 길을 택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자유로우면서
다른 사람을 고통받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 브람은 타인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자기 민족에 대항하여 싸운 자유인이었다. 
-넬슨만델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중에서-


세상엔 다른 사람이 받는 부당한 대우와 고통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들과 함께 온전한 치유를 위해
자기 생을 걸고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고귀함의 현존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된다.
영화 『액트 오브 디파이언스』 속 브람 피셔가 그렇다.
남아공에는 입법수도, 행정수도, 사법수도가 있는데, 사법수도 플룸폰테인에는 그의 이름을 딴 브람 피셔 국제공항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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