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드디어 그랜드캐년을 돌아보는 날이다.
그랜드캐년국립공원입구에 가까이 있는 CANYON PLAZA QUALITY INN의
잠자리는 작았지만 깨끗하고 따뜻했다.
가뿐한 마음으로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으로 들어섰다.
공원으로 개방되어 있는 동쪽으로부터 시작하여 서쪽까지
자동차를 운전하여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뷰포인트에서
그랜드캐년을 감상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처음에는 착실하게 모든 포인트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차가 갈 수 없는 곳은 혼자서 뛰어서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내 그런 '꼼꼼함' 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캐년의 풍경이 비슷비슷하여 싫증이 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랜드캐년이 지니고 있는 물리적 시간적 크기와 깊이에 비해
그런 꼼꼼함 따윈 너무 작은 것이며 그런다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1,600미터 깊이의 까마득한 절벽에는 무려 7억년의 세월이 드러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위 사진 : 언젠가 아내와 걸어가고픈 그랜드캐년의 트레일
그랜드캐년의 계곡에 만들어 진 트레일을 따라 걸어보는 하이킹을
해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 다시 그랜드캐년을 와야할 이유가 되어 남았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아직 오지 않은 이삿짐 속에
등산에 필요한 옷과 도구들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뷰포인트 호핑'만을 하기에도 하루 해는 빠듯했다.
모하비포인트 MOHAVE POINT에서 차를 세우고 어제에 이어 다시 해넘이를 보았다.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그랜드캐년의 저녁해는 반대편 계곡에 선명한 명암을 만들었다.
쇠잔한 햇빛 속에 계곡의 굴곡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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