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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2007 연말 미국 서부 여행10 - 기(氣)의 도시, 세도나SEDONA

by 장돌뱅이. 2012. 4. 25.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아는 사람으로부터 세도나라는 도시의 존재에 대해
들었다. 도시 전체에 범상치 않은 기가 흘러 박찬호 선수도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다녀간 곳이라고 했다. 세도나를 가리켜 '미국의 계룡산'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계룡산이 그렇 듯 세도나의 기를 받아들여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려는 '도인'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와 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도시의 아름다움 또한 남다르다는
그들의 말에 그랜드캐년을 다녀오면서 들러보기로 작정을 했다.

숙소인 그랜드캐년 입구에서 세도나까지 편도 두 시간이면
넉넉한 거리였기에 서둘 것 없이 느긋하게 출발을 했다.

세도나에 가기 위해서 경유해야 하는 작은 도시
플래그스태프FLAGSTAFF까지는 울창한 전나무 숲길이 죄우로 이어지는
상쾌한 길이었다. 초록의 숲속에 하얀 눈이 깔려 있었다. 도로의 전반적인 고도가
2천미터를 넘는 탓에 창밖의 기온은 매우 낮았다. 기압차로 간식으로 가져간
죠리퐁의 봉투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별다른 기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세도나는 푸른 하늘 - 아내의 표현대로 하자면
어릴 적 추석날 아침에 볼 수 있었던  푸른 하늘 - 을 머리에 인 붉은색의 기묘한 바위와
맑은 공기, 초록의 숲 속에 들어선 고급스런 집들로 충분히 인상적인 도시였다.
온화한 기후와 낮은 습도로 인해 은퇴한 부유층들이 몰려든다고 했다.


*위 사진 : 십자가교회 CHAPEL OF HOLY CROSS

세도나에 들어가면서 먼저 식사를  하고 난 뒤 이름난 명소 몇 곳을 돌아보았다.
처음 찾아간 곳은 십자가교회 CHAPEL OF HOLY CROSS였다.
교회는 스타우드라는 사람이 디자인 한 것으로 1956년에 지어졌다고 했다.
붉은색 바위 틈에 들어선 흰 색의 콘크리트건물로 전면에 커다란  십자가를 배치하고
그 뒤에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하였다. 건물 내부에서도 십자가의 형상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도드라져 보였다. 5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규모였다.
국립공원 안에 이런 특정 종교를 위한 인공건물이 들어서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건물의 모양새가 깔끔하고 아름다워 트집잡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위 사진 : 종바위 BELL ROCK

세도나에서도 가장 많은 전기적 에너지를 발생한다는
종바위 BELL ROCK도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위를 올라갔지만
우리는 시간 관계상 거리를 두고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위 사진 : 세도나의 전경

세도나 공항 부근에는 세도나의 동서쪽을 전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다.
높지 않은 그곳에 오르니 도시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집들은 초록의 숲속에 파묻힌 듯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평화로운 곳이었다. 미국이 최근 몇년 간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아내와 나는 그 정적같은 평화로움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

그랜드캐년의숙소로 돌아와 파스타로 식사를 하고 우리 가족 셋이서 맥주를
나누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다.
아내와 딸아이와 그랜드캐년의 계곡에 있다는 것
- 그것 자체만으로 우리는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자축했다.
나이가 들수록 해를 보내는 순간에는 늘 아쉬움의 농도가 더해가곤 했지만
먼 이국땅을 함께 여행하면서 맞이하는 이번 송년의 순간에는 뿌듯함이
가슴을 두드렸다. 그것을 다른 말로 행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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