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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유투브를 열다

by 장돌뱅이. 2020. 6. 20.


*나의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I_cA-8f9vFsRnmB4txd50A?view_as=subscriber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 중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사대부 집안의 법도는 벼슬길에 올라 권세를 날릴 때에는 빨리 산비탈에 셋집을 내어 살면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벼슬길이 끊어지면 빨리 서울 가까이
살면서 문화(文華)의 안목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엄정한 선비의 기품이 느껴진다.
감히 정약용 선생의 학문과 인품에 나를 견줄 수는 없지만 글을 읽으며 
떤 상황, 어디에서 살든  '文華의 안목'을 키우고 싶다는 바램은 간직하게 되었다.

퇴직을 할 무렵 향후 계획을 두고 아내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계속 살 것인가 아니면 지방으로 갈 것인가는 단골 주제였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가볍게.
몇 개월씩 지방을 돌아가며 살아본 후에 오래 살 곳을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같은 방법과 목적으로 동남아의 몇 곳도 고려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서울에 남게 되었다.
지방(외국)과 서울에 사는 것에 각각 장단점은 있지만, 촌에 가서 태어나 한번도 해보지 않은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익숙한 서울에서의 편리함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은 뭐라뭐라 해도 
우리나라에서 문화 혜택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실버 문제 전문가 후배의 충고도 서울살이 결정에 한 몫을 했다.
거기에 손자가 태어났다.  이 '우주의 선물'은 그간의 설왕설래를 한 방에 정리해 주었다.

후배의 충고대로 서울은 퇴직자에게 여러가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 한식요리, 그리고 사진 촬영과 동영상 제작 교육을 불편없이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미얀마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활동의 기회도 갖게 되었다.
아내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얼마 전에는 유튜브를 열 수 있게 되었다.

동영상 제작은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만 습득했을 뿐이라 세부적인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제까지 글과 함께 사진만 올리던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리게 되니 느낌이 새롭긴 하다.
주위 사람들이 유튜브에도 올려보라고 권했다.
동영상을 찍어본 적이 없어
우선은 모아둔 여행 사진을 이용한 동영상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유튜브라는,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신문물이 내게 새로운 '문화(文華)의 안목'을 키워주는 도구가 될까? 
솔직히 아직까지는 글쎄?라는 물음표를 붙이면서 그냥 재미삼아 해보는 일에 지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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