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햇복숭아 첫복숭아

by 장돌뱅이. 2020. 7. 3.


옆집에서 복숭아를 나누어주었다.

과수원을 하는 친척에게서 가져왔다고 했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여름 과일이라 고마우면서도 반가웠다.
마트에 햇복숭아가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7월 하순은 되어야 제 맛이 나지 않을까 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해마다 고정적으로 복숭아를 사먹는 과수원에서도 그 시기에 배송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생품이어도 이웃이 준 복숭아의 향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크기는 자그마하지만 맛도 향기에 걸맞게 달콤했다. 
몇 점 먹어본 아내는 아내는 딸네 식구에게도 가져가야 한다며 일부를 갈라놓았다.
나는 그릇에 옮겨 담아 사진을 찍은 다음, 향기가 퍼지라고 그대로 식탁 위에 두었다.
하룻밤을 그렇게 둔 후 문득 복숭아는 살과 살이 맞닿으면 그 부분이 물크러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2줄로 쌓았던 복숭아를 해체하고 서로 사이를 두고 늘어놓았다.

복숭아처럼 아무리 달콤한 부부 사이의 사랑에도 적당한 사이가 필요하다고 한다.
사이가 좋다는 말은 사이가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자연보호도 결국 자연과 거리두기다.
“KEEP WILD LIFE WILD”는 미국 국립공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표어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랑은 사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거리를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는 복숭아나무는 높이가 6∼10미터 정도까지 크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매화꽃이 떨어진 후 4∼5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은 지름이 3센티미터 정도이고 연한 홍색이며 한 곳에 한두 개씩 달린다.
다섯 개의 꽃잎은 수평으로 활짝 펴지며 수술이 많고
7∼8월에 열매가 익는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복숭아는 백도(百桃), 만첩홍도(紅桃), 만첩백도, 바래복사, 감복사, 용인복사 등이 있다.
백도는 흰 꽃이 핀다. 마만첩백도도 흰 꽃이 피며 꽃잎이 더 많다. 만첩홍도는 붉은 꽃이 피는데 꽃잎이 많고, 바래복사는 
붉은 빛이 도는 흰꽃이 핀다. 또 감복사는 감 모양으로 평평하며, 승도는 열매에 털이 없다. 용인복사는 과육과 씨가 잘 
떨어지며 끝이 뽀족하고 둥글다. 복숭아꽃으로 담근 술은 도화주(桃花酒)라 하여 약주(藥酒)로 쓰기도 한다. 복숭아씨(桃仁)는 
한방에서 어혈, 해소, 각기, 감기 등에 다른 약재와 처방하여 쓴다. 또한 복숭아씨에서 채취한 편도유(扁桃油)는 약이나 
비누 제조에 쓰며 복숭아나무는 질이 연하여 세공품의 재목으로 많이 쓴다. 
(이상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 가지』 참조)

동방삭은 서왕모(仙女)가 가져온 복숭아 세 개를 훔쳐 먹고 3천년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복숭아가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의미도 포함한 전설일까?
도연명이 그린상 속 이상향 "무릉도원(武陵桃源)"은  화사하고 몽환적인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이었다.
이백의 별천지에도 '복숭아꽃이 물에 따라 아득히 흘러간다( 桃花流水杳然去)'.

그러나 나무에서 꽃 그리고 열매와 씨까지 버릴 것 없는 복숭아를 사람들은 칭송과 함께 시기도 했던지 석연찮은 의미도 덧붙였다.
바로 도화살(桃花煞)이다. 도화살은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사별하거나 뭇 남자와 상관하도록 지워진 살'이다.
뭇 여자와 상관하는 남자들에게는 도화살이 적용되지 않는 걸로 보아 남성중심적인 단어일 수 있다.
남자들의 문란함에는 흔히 처첩을 '거느린다'는 식으로 도화살이라는 주홍글씨 대신에 권위적이고 과시적 표현을 썼다.
도색(桃色)이란 말도 단순히 복숭아 빛보다는 남녀 사이의 색정적인 일이라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 

낮술도 안 했는데 이웃의 나눔 덕에 뜻밖의 복숭아를 먹고 적다보니 너무 횡설수설했다.
요지는 '복숭아꽃은 예쁘다. 복숭아는 맛있다'이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날 옥수수 쪄먹기  (0) 2020.07.25
그의 마지막 선택  (0) 2020.07.11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0) 2020.06.26
유투브를 열다  (0) 2020.06.20
김군과 힌츠페터  (0) 2020.05.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