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반복될 5년

by 장돌뱅이. 2020. 11. 8.




손자친구는 나와 노는 시간을 부족해 한다.
하루종일 놀아도 헤어질 때는 늘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손자친구를 만나면 밥 먹을 때를 빼곤 같이 붙어 있어야 한다.
수수께끼 놀이, 마녀놀이, 날씨 놀이, 시장 보기, 의사와 환자 놀이, 소방서와 경찰서 놀이,
그네타기에 미끄럼틀, 나그네 놀이, 숨바꼭질 등을 수시로 바꾸며 이어간다.
선택권은 전적으로 손자친구의 고유 권한이다. 내가 가끔씩 손자친구를 '저하'로 부르는 이유이다.
식사를 마치는 시간도 친구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자기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서 일어나면서 즉시 나를 호출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이∼!"

어떨 땐 화장실까지 쫓아와 장난을 건다.

한 번은  작심을 하고 지칠 때까지 놀아 보자고 했더니 정말 밤 12시가 다 되도록 놀았다.
힘이 빠지고 졸려서 흐느적거리면서도 놀이에 집념을 보였다. 나 역시 힘에 부쳤다. 
밤 늦도록 줄기차게 노는 친구를 '졌다!'라는 심정으로 바라보다가
"뭐야, 나 5년 뒤에도 이러고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라는 푸념 아닌 푸념이 나왔다.
얼마 전 손자친구 2호가 5년 터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2호 역시 '할아버지 바라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5년 동안 누렸던 살갑고 애틋하고 꼬순 시간이 다시 리필되다니!
삶에 이보다 더한 즐거움은 많지 않으리라.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오직 체력뿐이겠다.
1호를 닮았다면 무한 체력이 분명할 2호를 감당하기 위한!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페라를 보다  (0) 2020.11.17
타고나는 법이지만  (0) 2020.11.11
영화 『69세』  (0) 2020.11.05
'꽃'만으로는  (0) 2020.11.03
결혼 36주년입니다  (0) 2020.10.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