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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오페라를 보다

by 장돌뱅이. 2020. 11. 17.


*오페라 『카르멘』 (텔레비젼 화면 촬영)


올해는 영화나 연극 등의 공연장을 한 번도 가지 못하고 보내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코로나 때문이다.

여행길도 막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대신 인터넷이나 텔레비젼을 통한 감상 기회를 찾게 되었다.  
대형 화면에 제대로 된 음향 시설이 설비된 극장이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장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편리성 때문에 관람 횟수는 훨씬 더 증가하였다.

특히 몇 편의 오페라를 본 것은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학창 시절 우연히 친구 따라  딱 한 번 『나비부인』을 본 이후로 접한 적이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왜 서양 오페라에 일본 여성이 나오는지 황당해 했을 정도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따라갔던.)
음악적 바탕이 없다 보니 줄거리나 구성, 배우의 연기력 보다는 아무래도 가수의 가창력이 중심인 오페라는
'첫 경험'의 지루하다는 선입감 때문에 발걸음이 향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뉴스를 통해 유투브를 통한 무료 공연 소식이 자주 등장하면서 아내는 오페라에 관심을 보였다.
아내는, 그동안 나와는 주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 다녔지만, 고등학교 때 이미 이름난 오페라 몇 편을 
한 번씩은 보았을 정도로 오페라에 나름 관심과 기본 소양이 있는 터였다.

아내 덕분에 보게 된 오페라는 -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푸치니의 『토스카』와 『라보엠』,
비제의 『카르멘』,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와 『아이다』 - 총 6편이었다.
몇 편의 오페라를 보았다고 갑자기 감상 능력이 생길 리는 없겠다.
다만 오페라가 
'지루함의 끝판왕'만은 아니라는 긍정적인 변화는 있었다.
가끔씩 귀에 익은 음악과 노래가 나올 때는 '아하! 이게 여기서 나오는구나' 하는 반가움과 즐거움이 들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아는 만큼 들리기도 하는가 보다.

일테면,
-피가로의 결혼 서곡
-토스카의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살고」
-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아이다의 「개선행진곡」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 등이다.


*「축배의 노래 (Brindisi : "Libiamo ne' lieti calici")


내친 김에 오페라에 관한 책을 읽어보았다.
음악은 청각 자극이므로 듣는 훈련이 먼저겠지만 최소한도의 상식적인 사항이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음악은 기악이든 성악이든 그것을 듣는 일반 대중의 수준에 따라 진화와 발전을 같이 해왔다.
듣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이 상아탑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불모의 것이 되기 일쑤였다.
음악의 위대함은 작곡가 영감의 위대함과 고상함과 상관없이,
대중이 그 영감의 열매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오페라가 시작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 대략 17세기 이탈리아에서였다.
초기 오페라는 고대 희랍의 전설과 신화를 토대로 한 것이었고, 주로 귀족들만을 대상으로 공연되었다.
얼마 후 무역업자, 은행가, 상인 등 중산계급이 부상하면서 이탈리아 베니스에 오페라하우스가 세워졌다.
그들은 돈이 있었고 오락을 원했다.  일반 대중이 관객으로 등장하면서 오페라는 크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고대 희랍의 영광'은 대중의 취향이 아니었다. 대중은 고상한 사상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 살아있는 것들을 찾았다.
오페라는 가수들의 노래 솜씨를 통해 대부분이 지고한 사랑의 비극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줄거리도 있어야 하고 연기도 필요하지만 오페라의 중심은 노래에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작곡가들은 가수들의 노래 솜씨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꾸며야 하는 것이다.

오페라의 노래 부분은 서창(RECITATIVE)과 아리아(ARIA), 앙상블(ENSEMBLE)로 구성된다.
서창은  연극의 대사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냥 대사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악적으로 구사한다.
아리아나 앙상블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상황을 연결해 주는 역활을 한다.
아리아는 오페라의 하일라이트이며 전체 오페라가 아리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아리아는 독창이나 2중창이다.   
앙상블은 3중창에서부터 합창까지를 아우르나 합창은 보통 따로 분류한다.
(이상 정훈상/박준용의 『편안하게 들읍시다』 참조)

가끔씩 클래식 음악 공연에 가면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박수를 치는 타이밍이다.
그래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남들이 칠 때 1초 뒤쯤에 따라하거나 아예 가만히 있는다.
오페라 공연에서는 지휘자가 지휘대로 올라갈 때, 막이 내려올 때,
유명한 아리아가 끝날 때 박수를 쳐준다고 한다.
또 남성 가수가 독창을 끝내면 브라보 "브라보(BRAVO)"를, 여성 가수가 독창을 끝내면 "브라바(BRAVA)"를 외친다고 한다.
이외에도 브라비(BRAVI)와 브라베(BRAVE)를 표해야 하는 때도 있다. 모두 '잘한다', '좋다'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오페라와 비슷한 장르로 뮤지컬이 있다.
오페라는 이야기보다 음악성에 중점을 두어 원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뮤지컬은 노래만이 아니라 이야기와 연기도 중시되어 가사 전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뮤지컬은 대사도 포함되어 있고 현지의 언어로 번역되어 공연되기도 한다.
흔히 오페라 출연자는 '가수'라고 부르고,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 출연자는 '배우'라고 부른다.
나로서는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는 뮤지컬이 오페라 보다 무난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코로나 전까진 아내와  『오페라의 유령』, 『라이언킹』, 『캣츠』, 『영웅』 등 일 년에 한두 편의 뮤지컬은 보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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