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눈 오는 날

by 장돌뱅이. 2021. 1. 7.

 


올겨울엔 눈이 뜸한 것 같다고 며칠 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는 듯이 폭설이 내렸다.
어제저녁 늦게 아내와 눈을 밟으며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았다.
이웃들도 눈을 보러 나와 우리처럼 개구쟁이가 되어 서성거렸다. 
손자 친구는 눈사람을 만들었다고 전해왔다

뒤이어 강추위가 왔다.
오늘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 양지쪽에 쌓인 눈조차 한낮이 되어도 거의 녹지 않는다.
밥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내다보는 바깥 풍경이 흰빛으로 눈부시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한다.
매일 하는 산책을 며칠은 쉬어야 할 모양이다.
작년 이맘때쯤에 비해 3kg 정도가 늘어난 몸무게가 줄어들 이유가 없겠다.
아침으로 감자를, 점심은 비빔국수로 먹고 저녁엔 무얼 준비할까 생각한다.

장자(莊子)에  "재주 가진 자는 수고롭고, 아는 것이 많은 자는 근심스러우며,
무능한 자는 배불리 먹고 즐겁게 논다"라고  했던가?
무능한 나는 아내와 먹을 거리를 의논하고 차를 마시며 "매어 놓지 않은 배처럼" 지낸다.
새로운 재주나 지식을 늘이려고 욕심내기 보다는 '덜함으로써 더 많이 얻는다
( Less is More)'고
생각한다. 하루가 가볍고 내게 허락된 한가함이 고마워진다.


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밥 먹는다 

-김용택, 「눈 오는 집의 하루」-

'일상과 단상 > 내가 읽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의 '선물'  (0) 2021.01.09
어떤 맨유 팬에 관한 기억  (0) 2021.01.08
바다가 아늑히 품어 주었네  (0) 2020.12.31
평화의 땅에서 영광의 하늘로  (0) 2020.12.28
야트막한 사랑의 하루  (0) 2020.12.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