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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일부턴 낮이 길어진다

by 장돌뱅이. 2020. 12. 21.



동짓날이다.
"팥죽 해 먹을까?"
나의 말에 아내는 올해는 애동지라서 팥죽 대신에 팥떡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검색을 해보았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12월 21일 오늘은 음력으로 11월 7일이라 애동지가 된다.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지만,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떡을 먹는다.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이 병에 잘 걸리고 나쁜 일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 단골 떡집에 갔더니 팥시루떡이 다 팔려 추가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애동지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겨울이 한참 남았지만, 동지는 겨울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기분을 느끼게 한다.
1년 중 밤이 가장 길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올겨울은 수은주의 높이와 상관없이 그냥 춥다.

어쩌겠는가. 견디는 수밖에.
오늘 밤이 제일 길다면 내일부터는 노루 꼬리만큼씩이라도 낮이 길어진다는 뜻 아니겠는가.
'쫓기고 내몰려도' '작고 여린 것들의 푸른빛' 같은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노릇이다. 


옷을 껴입듯 한겹 또 한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박남준의 시, 「따뜻한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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