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이 내게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 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채호기 「바다 2」-
내가 바다에 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바다가 나를 보고 있(어왔)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내가 베푼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베풂을 받고 살았다.'
'내가 위로를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위로를 받았다.'
'내가 가르친 것만 기억했는데 알고 보니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같은.
내가 누리는 일상에 당연히 그러해야 할 어떤 것은 없는지 모른다.
바다처럼 늘 거기에 있어 나를 바라보는 누구이거나 혹은 무엇인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아내가 그렇지 않은가.
힘주어 손을 잡아 보고 아침을 시작하자.
바다는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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