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 혹은 광릉수목원의 정식 명칭은 국립수목원이다.
광릉수목원은 좀 학술적인 것 같고 국립수목원은 관청 느낌이 나서
나는 광릉숲이라는 이름이 친근감이 들어 좋다.
1,124ha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의 광릉숲에는 6,752종(광릉숲 자생식물:946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식 동물도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의 20여 종의 천연기념물을 포함 총 4,487종에 달한다.
예전에 광릉 하면 크낙새로 유명했는데 요즘도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내와 연두색과 초록색이 혼재한 숲길을 설렁설렁,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나무마다 붙어있는 이름표를 살펴보면서.
계수나무, 가문비나무, 너도밤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등 이름은 들어봤지만
실제 모습은 몰랐던 나무들을 확인하는 일은 오붓한 즐거움이었다.
계수나무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수많은 나무 중에 유독 계수나무가 윤극영의 동요 "반달"에 나오는 어떤 이유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름표에는 "일본 원산의 낙엽활엽교목으로 꽃은 5월에 잎보다 먼저 연홍색으로 핀다.
꽃과 잎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고, 단풍은 노란색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식재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숲이 넓어서인지 광릉숲 길은 서울의 여느 공원과는 달리 여유로웠다.
도시에서 사는 생활이 피곤한 이유 중의 하나는 타인과 적절한 거리 유지가 가능하여 개인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가끔씩 광릉숲처럼 여유로운 공간에 들어서면 그의 말이 정당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싱싱한 바람과 향기와 그리고 한적함 - 세상이 코로나로 요란스럽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먹기도 했다.
광릉숲에서 시간을 지체하여 원래 조선 세조의 광릉에서 한번 더 산책을 하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고
광릉내 들머리에 있는 봉선사를 가기로 했다.
봉선사는 일주문부터 한글 현판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곳에 계시던 운허 스님이 남긴 불교 대중화의 의지라고 한다.
명종 6년(1551), 당신 권력 실세였던 문정왕후가 강남의 봉은사를 선종의 우두머리 사찰(禪宗首寺刹)로,
이곳 봉선사는 교종의 우두머리 사찰(敎宗首寺刹)로 삼으면서 번성하였으나 문정왕후의 죽음과 함께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몇 차례의 전화와 중건을 거친 후 오늘에 이르렀다.
십여 년만에 찾은 봉선사는 그때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 글 참조 : 경기도 광릉부근 )
예전에 없던 절 건물들이 두서없이 들어서고 주변은 유원지처럼 꾸며져 절 특유의 고요함이 사라져 있었다.
화려하고 요란한 장소는 도시에도 많지 않은가.
아내와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이내 발길을 돌려 나왔다.
광릉불고기 역시 십여 년 전에 들러 식사를 한 곳이다.
그동안 방송에도 나오고 지점도 여러 곳에 둘만큼 굉장히 유명해졌다고 한다.
불냄새가 배인 돼지불고기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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