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났다.
지구촌 축제니 인류 화합의 장이니 하는 말로 화려하게 포장된 올림픽의 이면에
정치적이고 사업적인 속셈은 늘 있어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 직전까지 나는 '이번 올림픽은 열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와 상업주의 같은 어려운 문제에 앞서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의 위험성이 세계의 어느 곳보다 높은 도시에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축제와 화합을 말한다는 사실이 어불성설로 느껴졌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내가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
시큰둥했던 올림픽이라 개막식은 건너뛰었지만 경기가 열리면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칙이 생소한 경기에도 쉽게 빠져 들곤 했다.
그리고 게임의 승패에 따라 환호를 하거나 아쉬움을 토했다.
감동을 할 때도 있었고 실망을 할 때도 있었다.
승부를 겨루는 경기에서 승자와 패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환호과 아쉬움, 감동과 실망은 모두 스포츠가 주는 동전 양면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일부 매체가 경기 결과를 전하는 방식이나 '원로'나 '레전드'라는 인사들이 던진
(뒷)담화는 (패한 경기의 내용보다) 경쟁력이 없고 유치해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과는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아야 한다."
"일본한테 지고 은메달 따는 것보다 이기고 동메달 따는 것이 낫다."
- 이런 말을 하는 감정은 이해가 가지만 친구들끼리 치맥을 나누는 자리가 아닌
방송이라는 공공 매체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도쿄 심장에 칼 꽂은 배구 ······."
- 표현이 너무 섬찟하다. '통쾌한 승리'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배에 기름이 껴서······(졌다)."
- 모욕적이다. 도대체 올림픽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들이 있을까?
원로라는 분이 패배에 합리적인 분석과 개선 방안을 내놓는 대신에 '그놈의' 진부한 정신력 타령이다.
"(저런 모습)······ 안 됩니다. ······계속해서 미친 듯이 파이팅을 해야 합니다. 끝까지 가야 합니다."
- 더그아웃에서 껌을 씹으며 경기장을 응시하는 한 야구 선수가 카메라에 잡히자 해설자가 한 말이라고 한다. 껌을 씹는 게 왜 안 된다는 것일까?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껌으로 풍선도 불지 않던가?
이 '레전드'에게 '미친 듯이 파이팅?'은 어떤 것일까?
이마에 내 천(川) 자를 그리고 입으로는 쉼 없이 파이팅을 외쳐야 한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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