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달걀에서 달걀까지

by 장돌뱅이. 2021. 8. 7.

'달걀에서 사과까지'라는 말이 있다.
풀코스 요리, 또는 메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의미하는 말이다.
​옛 서양 코스 요리에서 제일 처음 계란이 나오고 디저트로 사과를 내는 순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달걀은 '달걀에서 달걀까지'로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식사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다.

"How do you like your eggs?"

여행지 숙소의 아침 식당에서 이 질문을 받으면 가벼운 설렘이 인다.
내 취향은 '써니 사이드 업(Sunny side up)'이고 아내는 '오버 이지(Over easy)다.
집에서도 가끔씩 여행을 떠나 온 것처럼  아내에게 묻곤 한다.
"달걀을 어떻게 해줄까?" 

↓써니 사이드 업은  흰자를 살짝 익히고 그 위에 노른자를 해처럼 동그랗게 남기는 방법이다.


↓써니 사이드 업은 여러가지 음식에 다양하게 쓰인다.
맛도 맛이거니와 익지 않은 노른자를 터트리면 일종의 소스가 되어 음식에 맛을  더한다.
또한 장식적인 효과도 크다. 하얗고 노란 색감이 정감 어린 분위기를 만든다.
예전엔 짜장면 위에 달걀 프라이를 올려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슬며시 사라진
그 달걀을 돌려 달라는 '짜장면 계란회복 전국민 운동본부'라는 재미있는 카페도 있었다.


↓오버 이지는 달걀흰자의 위아래로 익히고 노른자를 아주 살짝만 익히는 것이다.
이때 노른자를 반쯤 익히면 오버 미디엄(Over medium), 아예 완전히 익히면 오버 하드(Over hard)가 된다.
오비 이지는 만들기 쉽지 않다. 아래 사진은 깜빡 타이밍을 놓쳐 오버 미디엄이 된 모습이다.

 스크램블드에그(SCRAMBLED EGGS)는 팬 위에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가며 볶아서 만든다.
생크림을 넣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스크램블드 에그는 빵이나 와플 위에 올리거나 볶음밥 같은 다른 요리와 섞어도 좋다.

수란(Poached eggs)은 끓는 물에 달걀을 깨뜨려 넣어 흰자만 익힌 것이다. 
구운 잉글리쉬 머핀 위에 햄과 베이컨, 그리고 수란을 얹고 홀랜다이즈 소스를 뿌리면
흔히 '브런치의 꽃'이라고 부르는 에그 베네딕트(Egg Benedict)가 된다.
먹을 때 위에 올린 노른자를 터뜨리면 다른 재료를 감싸며 흘러내리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내 능력으로는 수란 역시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 수란으로 만든 에그 베네딕트도  아직 어설프다.

↓아래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 투싼 지역을 여행할 때 한 민박집에서 아침으로 받은 에그 베네딕트다.
미국인 주인 할머니가 만들어준 이것을 아내는 '인생' 에그 베네딕트로 기억한다.
언제쯤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삶은 달걀은 익은 정도에 따라 반숙(Soft boiled)와 완숙(Hard boiled)로 나뉜다.
냉면이나 비빔국수에 보통 완숙 달걀을 반으로 잘라 올린다.

 ↓달걀 흰자에 설탕을 섞어 빠른 속도로 휘저으면 점성이 있는 거품의 머랭(Meringue)이 된다.
이것을 다시 노른자와 합치면 부드러운 식감의 수플레(soufflé) 팬케잌을 만들 수 있다.

↓그 외에도 달걀은 지단으로 부쳐 구절판이나 잡채 등에 쓰이고 김밥에도 들어간다.
또 삶고 으깨서 다른 채소와 섞으면 샌드위치 내용물이 되기도 한다. 

달걀이라면 그냥 삶거나 '프라이'로만 알다가  해외 출장 초창기 '프라이'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일삼아 외웠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식사할 때 조금 더 '있어보이고(?)' 싶어서였다.
그 뒤 직접 요리를 하면서 비로소 달걀의 다양한 쓰임새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달걀에는 여러 가지 정보를 나타내는 숫자와 문자가 표시되어 있다.
첫 네 자리 수는 산란일을 나타내고(위 사진의 경우 0801), 그다음 다섯 자리는 생산자 고유 번호이다.
마지막 한 자리 숫자는 알을 낳는 닭의 사육 환경을 나타낸다.
1은 자연방사, 2는 축사 내 평사, 3은 개선 케이지(0.075㎡/마리), 4는 기존 케이지(0.05㎡/마리)를 의미한다.
당연히 자연방사가 닭에게 제일 좋은 환경이고 달걀의 상태도 가장 건강하며 인간에게도 최선이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식재료의 생산과 공급에 더 나은 '동물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이기(We are what we eat.)'이기 때문이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76년 동안  (0) 2021.08.15
올림픽 메달보다...  (0) 2021.08.12
상상력  (0) 2021.08.05
노란 수박과 올림픽  (0) 2021.08.04
영화 『타인의 취향』  (0) 2021.08.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