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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상상력

by 장돌뱅이. 2021. 8. 5.

고등어 파스타

 

귤된장무침


고등어 파스타.
두 해 전 요리를 배울 때 알게 된 음식이다. 초보들을 위한 수업이었으니 이미 검증된 음식이었겠지만 처음엔 '고등어?' 하며 의아해했다.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고등어의 고소한 맛과 미끈한 파스타 면은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요리책에서 본 귤된장무침도 그랬다. 귤과 된장의 조합이 어색할 것 같았지만 새콤달콤하고 구수하여 반찬으로 그만이었다.

생각해보면 보편적 생각을 뛰어넘는 음식들이 많다. 제주도의 갈치회나 갈칫국이 그렇고 고등어회도 마찬가지다. 독성이 있는 복어를 음식으로 만든 사람들의 상상과 용기는 대단해 보인다. 복어 맑은 탕에 미나리를 올리는 건 상상이라기보다는 작은 솜씨이지만 기발해 보인다.
누가 맨 처음에 이런 조합을 생각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보면 원래 야생 아몬드에는 사람의 목숨을 해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소가 있었다고 한다. 아몬드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식물이 작물화 이전의 야생이었을 때는 독이 있었다고 한다. 복어처럼 거기에 독이 있다는 사실이 상식화 되기까지, 독성을 없애고  우리에게 유용한 식재료로 작물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물론 대부분의 음식은 한 개인의 천재적 창작물이 아니라 집단적 지혜의 누적물이다.
하지만 누군가 처음 그것을 상상한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면서 둔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상상력이다.
화가나 문학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작품 활동이 뜸해지는 건 상상력의 고갈 때문이다. 프로 바둑 기사들도 나이가 들수록 수를 내다보는 상상력이 둔화되어 은퇴를 하게 된다고 한다. 뉴턴의 사과처럼 객관적 이론 정립을 위한 과학자들의 실험도 결국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은 쇠퇴하는 건 자연의 섭리겠지만 익숙한 기억의 세계에만 자신을 가두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자칫 사람이 늙었다는 것은 밥이 쉬었다는 것과 같다는 비야냥 섞인 말과 대접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상상은 멈추더라도 세상이 베푸는 새로운 것들을 향한 문은 늘 열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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