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업가 카스텔라는 자신의 취향만을 고집하는 부인과 산다. 부인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부인은 자신의 전문적인 감각을 맹신하여 집안의 모든 것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르고 배치한다. 문화적 교양 부족으로 하다며 평소 부인에게 무시당하는 카스텔라의 취향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카스텔라는 기호 음식까지도 부인에게 통제당한다. 단 음식이나 술은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부인은 심지어 남의 도배지나 가구에까지 자신의 취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고 관여하려고 한다.
카스텔라는 우연히 알게 된 한 연극 여배우를 좋아하게 된다. 그녀의 취향대로 기르던 콧수염도 밀어버리고 그녀가 가는 곳을 따라다닌다. 그녀가 어울리는 예술계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그는 부족한 지식으로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그녀의 친구가 연 전시회에 따라 갔다가 카스텔라는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을 산다. 카스텔라는 그것을 거실에 걸어놓고 바라보며 자기만의 행복에 젖는다. 부인은 그림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며 치워버린다. 화가 난 카스텔라는 집을 나가버린다.
좋아하는 연인조차도 카스텔라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건네는 카스텔라의 말은 인상적이다.
"난 그림이 좋아서 샀는데 뭐가 문제지요? 내가 왜 그림을 샀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을 기쁘게 해주려고? 근사하게 보이려고?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그 그림이 좋아서 샀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날 그런 사람으로 보나요? 나 그 그림들이 좋아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당신 때문에 산 게 아니에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의 머리 스타일에 이런저런 의미를 붙여가며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타인의 다른 점을 찾아내어 굳이 어떤 집단으로 분류하려는 의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시간에 거울 앞에 서서 자신만의 취향을 생각해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때때로 평화는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각의 자신을 위해서 살지 '나' 때문에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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