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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손자저하의 방문

by 장돌뱅이. 2021. 8. 18.

 

광복절 연휴 끝날 손자저하들이 다녀갔다. 작년에 태어난 둘째로서는 우리집 방문이 처음이었다.  
코로나로 매번 아내와 내가 '동궁전'을 찾아 배알(拜謁)했기에 직접 행차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작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귀여웠다.
그래도 시절을 이해하고 있다는 듯 마스크의 답답함을 잘 견뎌주었다.

 


"평온하고 감사한 시간이네."
함께 손자의 취향에 맞춘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면서 옆에 선 아내가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평온함은 선물처럼 찾아든다.
나는 바싹불고기를 만들고 아내는 김튀각을 만들었다.
"나는 고기보다 김튀각이 더 좋아." 
고소하라고 고기 위에 잣을 듬뿍 올려 환심을 사려했지만  손자는 간단히 아내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리사랑이라는데 첫째와  함께 있으면 둘째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
첫째의 시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와 노는 걸  좋아하여  다른 일을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몇 가지 마술을 보여주었다. 
손자는 탄성을 지르며 기대 이상의 격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손자가 가방 가득 싸가지고 온 우노와 스머프 마블 등 여러 가지 놀이를 했다.

 


집으로 돌아간 뒤 첫째가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 좋지만 특히 할아버지·할머니는 더 좋다."
아내와 나는 그런 손자저하가 '천재'라고 믿기로 했다.


또 한 사람의 여행자가
우리 곁에 왔네
그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따뜻한 하늘의 바람이
그의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정령이 그의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그의 모카신 신발이
여기저기 눈 위에
행복한 발자국을 남기기를
그의 어깨 위엔
늘 무지개가 뜨기를

- 체로키 인디언의 노래,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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