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대로 온종일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잠시 그 갈망과 싸웠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를 내려놓았다,
비 내리는 아침에
나를 온전히 맡기기로
이 삶을 다시 또 살게 될까?
용서 못 할 실수들을
똑같이 반복하게 될까?
그렇다, 확률은 반반이다
그렇다
- 레이먼드 카버, 「비」-
장대비가 내린다.
저녁까지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재난경보 문자가 여러 번 뜬다.
나른한 분위기의 음악을 틀어놓고 늘어져 있다가 아내와 커피를 마셨다.
60여 년을 살면서 용서 못할 실수가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시를 읽으며 뜨끔해 온다.
하지만 후회가 있어야 개과천선도 있을 것이라고 아전인수를 해본다.
차라리 '비 내리는 아침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일이나 생각하자.
'그래 메밀전병!'
아내는 부침을 좋아한다. 김치볶음도 좋아한다.
메밀전병은 두 가지의 합이다.
메밀가루를 물에 풀고 김치를 다져 속을 만들었다.
후라이판에 기름을 두르고 알맞게 부쳐냈다.
둘이서 맛있게 먹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확율 100%의 일, 한 가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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