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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눈이 온 설날 아침의 기억

by 장돌뱅이. 2022. 1. 31.

 


빈 마당이 소복소복

눈 위를 설빔 운동화 처음 신고
대문까지 그냥 한 번 걸어갔다 돌아오니
사박사박 발자국

마당에 찍힌
그래 설날 아침에 남겨진 오래된 기록

내 마음속 설날 아침에는 늘 그해처럼
소복소복 눈이 내려 쌓이고
사박사박 첫 발자국을 내고

마당에 내린 흰 눈은 쌀처럼 더러 설레고
마당에 내린 흰 눈은 소금처럼 더러 복스럽고

-  고운기, 「눈이 온 설날 아침의 기억」 -


설빔은 설과 '비음'이 합친 말이다. '비음'은 명절이나 잔치 때 새 옷을 입는 일을 말한다.
'비음'이 줄어서 빔이 되었다. 표준어는 빔이다.
설빔에는 묵은 것을 버리고 새해 새 출발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설날이라고 특별히 옷이나 운동화를 새로 사는 일이 드문 것 같으니
설빔이라는 말도 점차 생활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새 옷의 뽀송뽀송한 감촉과 발을 조여오던 새 신발의 어색함이 뿌듯했던 설날 아침이 언제였던가.
어른은 설날이 특별히 즐거운 날이 아니게 되면서부터인가 보다.
이번 설에는 눈이 내린다 하니 손자의 손을 잡고  사박사박 발자국을 내며 걸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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