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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설날 보내기

by 장돌뱅이. 2022. 2. 4.

 

설날 오후 딸아이네 집으로 갔다. 
1박 2일 동안 손자들과 보냈다. 정확히는 오후 2시부터 이튿날 밤 11시까지였다.
1호는 (유치원 숙제 같은) 해야 할 일을 미리 해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온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고 달달한 말도 덧붙였다.

요즘 들어 부쩍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2호도 손짓 발짓을 하며 아장아장 걸음으로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1호의 시샘이 워낙 강해 2호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2호는 1호와 노는 문밖에서 자기도 끼워달라며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1호가 틈을 주는 아주 드문 시간에만 잠깐씩 놀아줄 수 있었을 뿐이다.

* 배경음악 출처 : 브금대통령 / Track :  날아라 슈퍼코기 -  https://youtu.be/PZlQXsEPJ6M

까치설 저녁부터 눈이 내린 '화이트 설'이었다.
날이 쌀쌀해져서 옷을 두툼히 입고 밖으로 나가 1호와 눈싸움부터 시작했다.
아파트 곳곳과 뒷산 산책로에 눈이 쌓여있어 썰매를 타기도 좋았다.

볼이 빨개지도록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1호가 준비한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손자친구는 설날에 반드시 해야 하는 전통놀이라며 내게 윷놀이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이어지는 온갖 놀이에 '다 계획이 있었다!'

우노카드와 딱지놀이, 멘사게임, 옥토넛메모리게임, 스프링 굴리기, 술래잡기,
모두의 마블, 뱀을 만드는 서펜티나게임, 마술 등등.

놀이는 설 뒷날 밤10시 잠자리에 누워 동화 "오줌싸개 선생님"과 "이솝이야기" 등을 한 시간 넘게 듣는 것으로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와 자고 나니 팔과 어깨가 뻐근했다. 썰매를 끄느라 오래 힘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평소 기본적인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늙음은 그보다 앞질러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나의 명절은 대개 비슷한 내용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주위 이야기를 들으면 손주들은 대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차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멀어진다고 한다. 내겐 1호에 뒤이어 2호가 자라고 있어 5~6년은 더 그럴 것 같다.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늙으면서 생기는 온갖  육체적 불편함 들을 상쇄시키는 유쾌한 기운이 거기에 있다. 손자친구와 놀이와 웃음으로 어우러지다 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2호까지 초등학생이 되고나면 나도 아내도 늙어 지금처럼 놀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때가 있기 마련이고 세월은 그렇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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