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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노무현에서 이재명으로

by 장돌뱅이. 2022. 3. 5.


노무현 대통령이 1988년 초선 의원 시절 국회 본 회의와 2002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행한 연설은 내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 연설엔 그가 평생을 일관되게 견지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그들 위에 군림하는 부정한 음모와 권위, 그리고 걸핏하면 '북'과 엮으려는 불온한 색깔론에 대한 패기만만한 도전과 정당한 분노가 들어 있었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 다시 보아도 우리 사회를 향해 여전히 유효한 질타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란 말도 그렇다.


김영삼의 이른바 '3당 합당'에 반대하고 자신의 길을 고집했던 그는 지역 분열주의를 극복하여 "서울에서 옳은 것은 부산에서도 옳고 부산에서 옳은 것은 광주에서도 옳은", "인물과 정책이 말하는", 세상을 위해 몇 차례 부산에서 출마를 자처하기도 했다.

끝내 당선되지 못하여 '바보'라는 애칭을 얻은 그가 남긴 말도 가슴에 와닿는다.
"또 털고 일어나야지요.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겠지요."
그렇게 시대적 소명을 담은 꿈과, 꿈에서 비롯된 상처들로 그는 "내 마음속 대통령"이 되었다.


이재명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소년공이 되어야 했다. 아버지는 시장의 청소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여동생과 함께 공중화장실 앞에서 이용료를 받는 일을 했다. 가족 모두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세상은 어린 그의 팔을 휘게 하고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만들었다. 품삯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노무현이 스스로 걸어가 우리와 시대가 지닌 상처를 온몸으로 끌어안았다면 이재명은 운명적인 상처를 안고 태어나 상처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고 고통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비장한 격정과 감성 대신 냉철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앞세우는 실질적인 행정 능력을 보여 주었다.

이정록 시인은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고 했다. 물질과 권력이 횡행하는 폭력적 세상에서 인간의 참된 본성(마을)에 다가서려는 사람에게 어쩌면 상처는 불가피한 것인지 모른다. 엄혹했던 시절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휘뚜루마뚜루 빠져나온 자들의 미끈한 허언(虛言)과 손발을 나는 믿지 않는다. 정치는 현실만이 아니라 꿈의 또 다른 표현이며 그 꿈은 상처의 진정성 위에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말한다.

"제 몸에 들어있는 그 많은 상흔들이 제 정책의 출발점입니다.
제가 겪었던 그 참담한 삶이 바로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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