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강은 흘러야 강

by 장돌뱅이. 2022. 3. 6.

 

2010년 5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4대강반대 미사


한 야권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폐기하고 MB정부의 4대강 보 사업을 계승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미 "녹조라떼, 큰빗이끼벌레, 붉은깔따구" 같은 낯설고 흉측한 이름들로 상징되는 폐해가 드러난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기억을 소환하면 우리는 이른바 '사자방 비리'라는 말에 익숙했던 때가 있었다. MB 시절의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를 줄인 말이다. 4대강 사업은 권력과 결탁한 우리 사회의 '토건족'들이 자연 파괴와 생명 파괴에 더하여 수십조 원의 돈을 놓고 벌인 '삽질 비리'였다. 그런데 그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대명천지에 공언을 하였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걸까?

4대강 수문의 문제점을 다시 열거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문재인정부 들어 "금강, 영산강 보 수문 개방 이후 유해 남조류가 줄고 물이 맑아지고 금빛 모래사장이 돌아와 희귀어류와 새들이 되돌아왔으며 깨끗한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인류 경제활동의 시작점"이라는 사실만큼은 밝혀두어야겠다.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자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퍼렇게 질린 강

- 공광규, 「놀란 강」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