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잡지의 이름을 "말"이라고 붙였을까? 말은 자유였고 생명이었다. 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기도 했다. 덕분에 "이골물 저골물 천방져 지방져 으르릉퀄퀄 기름내 똥내 비린내까지 한데 어우러져 흉흉하게 흘러가는" 말 홍수의 시대가 왔다. 이제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천냥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더하는, '아무말'을 걸러내는 일은 우리들의 책임이자 권리가 되었다.
한 대선 후보의 특보가 위 사진 속 글과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삼일운동을 두고도 '열심히 참여 안 하면 주최 측이 집에 불을 지르고 다 죽'였다며 '일본한테는 비폭력 운동, 우리끼리는 폭력 운동'이라는 해괴망측한 글을 쓰기도 했다. 그 특보는 임명 사흘 만에 해촉 되었다.
같은 후보의 또 다른 특보는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의 페이스북에 "오기만 똥꾸녘까지 차가지고 불쌍한 인생들. 거지 거렁뱅이 인생!"이라는 막말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이 특보 역시 시민들의 반발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연이은 막말을 해댄 자들의 측근 임명은 단순 실수이고 우연일까? 해임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 집단의 중심이라 할 후보 자신이 '아무말 대잔치'를 더 크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집을 가지면 보수화하기 때문에 현 정권은 의도적으로 집값을 올려 집을 못 갖게 한다'는 말부터 그렇다. 정책의 실패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식의 비방은 터무니없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보수주의자라는 말인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동산 투기는 따지고 보면 정권에서 정권을 걸쳐 넘어온 '폭탄 돌리기' 같은 것 아니었던가?
사회의 한 구성원인 노동자 계급을 보는 그의 시각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가장 문제 중 하나가 강성 노조”라며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가 2500만 명 중 강성 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한 100만 조금 넘는데 이 운동권 정권은 저 노동자의 4%에 불과한 강성노조하고 아주 철썩 동맹을 맺어 정권 만들어 내고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그가 말하는) '강성노조'는 무엇일까? 그리고 '4%에 불과한' 세력과 '동맹을 맺어' '어떻게 재집권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일까?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편향된 의식을 드러냈다. “이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앞세우고 전위대를 세워서 갖은 못된 짓'을 하며 "그 첨병 중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 왔다”며 “이것도 정치 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마치 유신시대로 회귀하려는 듯한 발언처럼 느껴져서 으스스해지기도 한다. 기업과 언론의 노조는 우리 사회 민주화의 한 성과이며 노조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기반 아니던가?
그는 또 어느 매체의 어떤 보도를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막연히 '친여 매체' '친여 언론' '민주당 장악 언론' 등으로 비난을 하며 "기자가 하수인 짓 하려고 입사했느냐"는 모욕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예 허위 사실까지 대놓고 유포했다. 그는 "코로나로 광화문에 사람 몇십 명만 모여도 대번에 방역지침 위반으로 형사 입건하면서 광화문에서 강성노조 수천 명이 집회하면 단속을 안 하고 그냥 놔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의 집회는 경찰이 대규모 경력을 동원해 차단을 했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은 기소되어 사법 처리 과정에 있음이 주지의 사실 아닌가?
그는 부산에 가면 전두환을 칭송하고 또 목표에 가면 김대중의 정신에 자신이 가깝다고 했다. 포항에선 4대강 사업 계승을, 강원도에 가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미 자연 훼손의 문제로 폐기된 사업이었다.
또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사람은 자유가 뭔지를 모른다고 하여 역사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80년대 민주화운동 중에는,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에 사로잡혀 운동을 한 분들도 있다”며 '남미의 종속이론과 북한의 주체사상'을 들어 수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화(운동)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사드 추가 배치와 선제타격이라는 전쟁 위험 발언과 함께,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라는 공약과 토론에서 '아무말 대잔치'의 정점을 찍었다. 공약으로 발표해놓곤 정작 토론에서는 그러 말 한 적 없다고 태연스레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우리가 관여하여 미국에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쏘게 하겠다는 식으로 핵폭탄을 마치 이웃집에서 꾸어오는 보리쌀처럼 쉽게 말했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하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에 읽은 이영희 교수의 글에 따르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1980년까지 35년 사이에, 미국 군부가 전 세계에 핵폭탄을 사용하기로 결정·구상·협박 또는 준비한 일이 26회나 있었다. 그중 한반도를 목표로 정해졌던 것이 5회나 되며, 한 나라에 대해 5회는 유일한 기록이다. 그런 과정 어디에도 우리나라의 개입은 없었고 미국의 일방적인 검토와 결정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는 전략핵이니 전술핵이니 하는 어려운 말을 구사하지만 일반인들에겐 그냥 핵폭탄일 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보듯 군사시설만 정확히 공격하는 전쟁과 (핵)폭탄은 없다. 1945년 8월9일에 나가사키에서 폭발한 핵폭탄은 17만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다. 80년이 지난 지금의 핵폭탄의 위력은 어떨까? 예쁜 손자를 생각하면 나는 총알 한 개도 겁난다.
통일 전 서독이 미국에 대하여 서독 배치 핵무기는 동독을 목표로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작은 한반도에서 전쟁도 그렇지만 핵은 더더욱 공멸일 뿐이다. 동족에 대해 서독만큼의 너그러운 포용력을 가지지는 못하더라도 힘으로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선무당식 엄포는 세상을 너무 위태롭게 만든다.
멈추지 않는 망언, 실언, 폭언, 허언, 거짓의 '아무말 대잔치'.
너무 오랫동안 들어온 탓에 이젠 귀를 씻는 일조차도 지친다.
이제 오늘 이후로는 사라져야 할 것들이다.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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