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우크라이나

by 장돌뱅이. 2022. 2. 26.

출처 : 띠리네 명화


끝나지 않았다

인간의 야만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사람을, 총으로
쏘고 있지 않은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반도에서,
그리고

나뭇잎 싹트는
 따스한 봄날
 교수대에서


- 신동엽, 『금강』 중에서 -


우크라이나.
나라 이름은 많이 들어보고 유럽 어디쯤에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정확한 위치를 머릿속에 담고 있지 못하다가 이번에 전쟁 이 일어나면서 지도를 찾아 알게 되었다.
거대한 세력의 틈바구니에 낀 작고(?) 힘없는 나라.

하지만 그곳에도 불과 며칠 전까진 따스하게 불 밝힌 저녁 식탁에서 가족이 모여 앉아 달그락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었을 것이고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며  웃었을 것이다. 청춘들은 공원을 거닐며  사랑을 속삭이고 노인들은 이웃 친구들과 만나 장기를 두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기억들이 얼마나 아득한 꿈처럼 느껴질까?

러시아는 이번 군사행동이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우크라이나 점령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지만, 글쎄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전쟁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어서 늘 거짓이란 친구를 거느리'거나 화려한 형용사로 치장을 한다. 일테면 '정의로운 전쟁'이라던가 '깨끗한 전쟁' 같은······. 그들은 전쟁을 일으켜야 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중차대한 이유와 명분을 내세우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은 미사일 폭격에 부서진 살림집과 피난 행렬, 불안과 추위에 떠는 어린아이의 애처로움뿐이다.

사진 출처 : LA타임즈


눈앞에 닥친 선거의 득표만을 위해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키는 줄타기를 서슴치 않는 후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하물며 TV토론에서 '꼭 그것을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니지만'이라고 했지만 한미일 동맹을 통해 '(일본군이) 유사시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는 1894년 청일전쟁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때 일본 제국주의의 군대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명분이 '일본공사관과 거류민 보호'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와 거의 같지 않은가? 어떠한 외국 군대도 주둔국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사실에 설명이 필요할까? 하물며 일본군이?

아무튼 전쟁은 끔찍하다. 그래서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은 싫다.
값싼 전쟁 보다 비싼 평화가 좋다. 
평화는 평화로만 보장된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에서 이재명으로  (2) 2022.03.05
축구냐 스케이팅이냐  (4) 2022.02.27
내겐 너무 어려운 우리말  (4) 2022.02.25
아직 내릴 수 없는 촛불  (0) 2022.02.22
눈 오는 우수  (0) 2022.02.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