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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걷기8 - HILLCREST

by 장돌뱅이. 2012. 5. 23.

HILLCREST는 샌디에고 다운타운의 북쪽,
발보아파크 BALBOA PARK와 가까운 곳에 있다.
20세기 초에는 샌디에고의 새로운 주택지로 주로 전문직종의 화이트칼라 계층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당시의 세렴됨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휴일 아침.
힐크레스트의 크레스트 카페에서 오믈렛과 오렌지쥬스로
늦은 아침을 먹고 중심 거리인 UNIVERSITY AVENUE와 WASHINGTON STREET를 걸어보았다.

힐크레스트는 60년대에 약간 쇠퇴기를 거쳤다지만
70년대 후반 이후에 힐크레스트의 매력을 다시 회복하려는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이름난 식당과 카페,
그리고 BOUTIQUE들로 가득한 곳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힐크레스트를 생각할 때 GAY 와 LESBIAN 공동체를 떠올리곤 한다.
힐크레스트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보인다.
그들의 센터 건물이 상징인 무지개 깃발과 함께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탓이다.


*위 사진 : 2004년 출장길에 찍은 게이레즈비언 센터

"WE ARE CALLED TO BE ARCHITECTS OF THE FUTURE, NOT ITS VICTIMS."

센터 건물에 써 있던 글귀다.
희망인지 주장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 것이건 보통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앞날의 희생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그러나 세상의 벽이란 늘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법원의 판결로 인정된 동성간의 결혼이 주민들의 투표에선
부결되는 등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도 그들의 존재 양식에 대한
포용력이 혼전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그들의 존재를, 윤리적이거나 종교적 문제가 아닌, 무지개처럼
다양한  세상의 스펙트럼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면 될 일이다.
이미 있는 것을 없는 것이라 부정할 순 없다.
그들은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 아닌가.

일요일마다 열리는 FARMER'S MARKET의 구경도 오붓했다.
농부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은 소중한 생명을 경작하는 그들의 일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내와 맛이 제대로 든 복숭아와 블루베리를 한 봉지씩 샀다.

장터에는 농부들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연주를 해주고 팁을 받는 악단도 있었다.
그 앞에 앉아 있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약장수의 공연을 쫗아다니던
어릴 적 내 모습과도 닯아 있어
정겹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BREAD & CIE 라는 빵집이다.
향긋한 빵냄새에 더불어 행복이 스며 있는 듯 했다.
향기에 취해 마음이 후해져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양의 빵을 사게 되었다.
앞으로 일주일동안 하루 한끼는 빵으로 해결해야 할 정도로.

힐크레스트를 나와 일요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성당으로 가는 길,
햇빛은 여전히 눈부시게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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