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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걷기11-COWELS MOUNTAIN

by 장돌뱅이. 2012. 5. 29.

COWELS MOUNTAIN.
집에서 동북쪽으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산.

높이부터 확인하니 1591피트.
피트니 인치니 아직 숙한 단위가 아니다.
미터로 전환해보는 번거로움을 거치고서야
485미터 정도의 만만한 높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정도라면 수술 후 아직 이런저런 문제를 나타내곤 하는
아내의 몸에도 큰 문제가 없겠다 싶어진다.  

정상으로 향하는 여러 접근로 중에서 가장 짧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는 남쪽 코스를 택했다.
왕복 두시간 정도의 산행.
오래간만에 작은 베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금강산도 식후경.
가는 길에 '아점'(브런치)을 하기로 했다.
힐크레스트에 있는 HASH HOUSE는
'아점'이 아니라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간대임에도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맛있는 음식에 동서양이 따로 있겠는가?
토박이가 아니어도 인터넷 클릭 몇번이면
낯선 곳이라도 이름난 식당 한두 곳쯤이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잠시 기다린 후에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옆자리의 손님들의 음식을 건너다보니
1인분 접시가 세숫대야만큼 크다.
그 유별난 크기와 맛이 이 식당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음식을 남겼고 저마다 별도의 도시락에 싸가지고 가는
모습을 보니 손님과 식당 양쪽 모두  다소 미련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1인분의 와플을 주문하여 나누어 먹었다.
둘이서도 벅찬 양이었다.

COWELS MOUNTAIN은 들머리에서 정상이 올려다보였다.
통째로 드러난 산허리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450미터의 만만한 높이를 상상하다가
막상 산을 대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높고 멀어보였다.
"눈이 게으른 법이지."
아내에게 격려차 도통한 도사처럼 말을 했지만
해야할 숙제를 앞에 두고 한숨 짓는 어린 내게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말씀이다.

정말 그랬다.
아득하게 보이던 산정상은 불과 40여 분만에 오를 수 있었다.
산은 키작은 관목뿐이어서 그늘 한 점 없고
마른 먼지가 풀썩이는 길을 올라야했지만
바람이 시원해서 걸을만 했다.
정상에서는 360도의 탁 트인 전망이 시원스러웠다.

걷는 것은 풍경을 몸에 깊게 새기는 일이다.
아내와 함께 걷는 것은 그 새김이 추억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추억은 세상과 삶에 대한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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