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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EL CAPITAN STATE BEACH

by 장돌뱅이. 2012. 5. 29.

EL CAPITAN STATE BEACH는 LA 북쪽에 있는 산타바바라 인근에 있다.
캠핑장은 언덕 위 숲속에 자리잡고 있다.
주어진 공간이 널찔널찍 하여 이웃집 사람과 눈인사도 나누기 쉽지 않다.
해변은 작은 계단과 작은 길을 통해 연결된다.


*위 사진 : 이번에는 예전에 산에 다닐 때 쓰던 에코로바 ECHOROBA 란 상표의 작은 텐트를 사용해
               보았다. 3인용이라해도 2인이면 알맞은 좁고 낮은 공간을 지닌 크기의 텐트였지만
                오붓한 분위기가 괜찮았다.  

최근 들어 서너 번 연속으로  바닷가 캠핑이다.
무엇보다 밤바다의 파도소리에 끌린 탓이다.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라는 노랫말이 있다.
잠결에 듣는 파도소리가 그랬다.

캠핑을 재개하면서 세상엔 무수한 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파도소리에서부터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
새벽에 이슬 떨어지는소리, 아침새의 울음소리 등등.

얇은 천만으로 경계 지워진 텐트 속으론
바깥 세상의 무수한 소리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로 흘러들어왔다.
늦은 밤 아내와 일렁이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침묵으로
그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문명이란 결국 소음을 키우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소리가 사라진 것은
우리가 주거형태를 아파트로 바꾼 이후이다.
우리가 키운 소음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설계된 창문을 꼭꼭 닫으며
우리는 몸속에 각인시켜야 할 소리에게서조차 소외되어 산다

소리뿐이던가.
텐트의 지붕 위를 환하게 밝히는 달빛도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소담스러움이었다.

아내와 캠핑을 '어른들의 소꼽장난'으로 불렀다.
소꼽장난이 가져다주는 소리와 빛은 돌이켜보면
어린 날의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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