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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국수의 해

by 장돌뱅이. 2023. 5. 20.

지난 태국 여행 중 다양한 종류의 국수를 먹어보자고 생각하다가 문득 국수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전문적인 깊은 지식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상식의 범위 내에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태국 방콕 나이쏘이의 고기국수

국수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탄생 시기와 지역이 자료마다 애매모호하다.
다음백과는 기원전 6000년 경에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져 퍼져나갔다고 했다.
유래가 어쨌든 쌀만큼이나 오래된 음식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먹는 주식은 대체로 쌀(밥)과 빵과 국수이다. 쌀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원래 형태에 가깝게 사용한다면 국수와 빵은 어떤 추가의 과정을 더해서 만들어진다는 차이가 있다.
'어떤 추가의 과정', 그것은 문화의 다른 이름이다. 어떤 이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이 문화라고 했다. 손바닥에 비벼 만들던 원시 시대의 투박한 국수에 사람들은 더 가늘고 긴 국수를 만들려는 욕망을 심었다. 또  다른 재료를 섞거나 삶고 말리는 처리 과정을 더하기도 했다. 어쨌든 다양한 나라에 다양한 국수가 있다. 재료도, 만드는 방식도, 맛도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에만도 얼마나 많은 국수가 있는가. 

*KBS 다큐멘타리 <<누들로드>> 캡쳐

국수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자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KBS의 <<누들로드>>를 추천해 주었다.  
2008년 12월 -2009년 3월까지 방영된 6부작 다큐멘터리였다. 그중의 한두 편은 나도 본방으로 본 것 같기도 했다. 유튜브에 전 편이 올라 있었다. 우선 첫 편을 보았다.

<<누들로드>>에서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의 화염산에서 발견된 2500년 전 고대인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국수의 흔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고대 동서문화의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국수가 전해지고 전해오는 '누들로드'로 불렀다.

한나라 때 중국 중원으로 진출한 국수는 변모를 거듭하여 지금 중국엔 무려 1000 가지가 넘는 국수가 존재한다고 한다.  어느 지역에서 건 그 지역에서 가능한 재료와 방식을 흡수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국수의 특징이자 장점이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수제비도 국수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파스타 면의 종류에도 스파게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카로니도 있도 소라처럼 생긴 꼰길리에나 그냥 넓적한 라자냐도 있으니 수제비도 국수의 한 종류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수제비를 만드는 방법은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멸치 육수에 감자, 애호박, 양파, 주꾸미, 새우 등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재료를 다 넣고 밀가루 반죽을 떼어 넣는 것이다. 동원 가능 재료를 다 흡수한다는 특징도 국수를 닮았다. 반죽을 하는 동안 느닷없이 날이 어두워지면서 비바람이 몰아쳐 따끈한 수제비 한 그릇 먹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내가 사달라고 한) 국수 전용 그릇에 첫 국수를 담아 보았다. 생일선물로 국수 그릇을 사달라고 하자 처음엔 아내와 딸아이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주방용품이 무슨 선물이냐는 것이었다. 나는 올해는 국수의 해로 정해서 그렇다고 주장을 했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는 법이다. 국수 그릇은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게다가 주위에 공표도 하였으니 자주 그릇을 채워 아내 앞에 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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