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한국

인천 송도

by 장돌뱅이. 2023. 10. 25.

은퇴 후 송도 신도시에 자리 잡은 친구가 있어 다른 친구와 함께 부부동반 하여 다녀왔다.
송도는 바다를 매립하여 들어선 도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총 11개 공구로 나누어 2023년 6월 현재 1,2,3,4,5,7공구는 개발 완료된 상태이고, 11공구는 매립이 마무리 단계이며, 나머지 4개 공구는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구역별로 주거상업지구. 교육시설지구, 첨단업무지구 등으로 특성화되어 있고 9공구에는 크루즈항도 예정되어 있다. 개발 진행에 따라 주거 인구도 2023년 7월에 2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계획도시답게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반듯반듯하고 넓은 도로가 시원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곳곳에 공원도 많았다. 해돋이공원, 센트럴파크, 미추홀공원, 송도누리공원 등등.
날이 맑지는 않았지만 기온이 쾌적하여 걷기에 좋았다. 

반백 년을 알아온 친구들이다.
현란하게 변하는 세상에 해묵은 기억을 공유하고 또 만들어가는 관계는 소중하다.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정당도 다르고 사는 방법도 다르지만 서로 오래된 익숙함과 편안함을 넘어서진 않는다. 삶의 덧없음을 문득문득 자각하는 나이인지라 소소하고 때로는 실없는 이야기들로 위로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만나고 걷고 먹고 떠들고, 또 늦은 밤길을 걸었다.

고된 세상을 한 바퀴 떠돌고
플라타너스 새잎 돋는 교실에 다시 와서 본다
모국어의 첫 글자를 익히던 푸른 그늘 아래

플라타너스 허리에 1-4 푯말을 묶고
그 아래 작은 칠판 하나 걸고
그 그늘 밑 흙바닥을 깔고 앉아 우리는
연필에 침을 발라 가나다라를 받아 적는 동안

메뚜기가 공책 위에 똥을 싸고
나비들이 크레파스를 핥고
구름이 후드득 머리 위에서 쉬를 하고
새들이 가갸거겨 글씨를 물고 다녔다

힘센 선생님들이 풍금을 옮겨다 주고
스무 살 뽀얀 여선생님이 노래를 들려주면
아지랑이 폴폴 일어 나비가 되곤 하였다

햇살이 더 있어야 했으나
구름이 일찍 몰려왔다
작은 주먹을 쥐고 머리띠를 묶고 쳐부수자고 외쳤다
허기진 몸에 몽둥이로 식민의 규율을 단련해야 했다
하얀 도화지를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채웠다
고개를 숙이고 우리는 떠났다

거친 세파에 쓸려가고 난파되면서
우리가 배운 연둣빛 글씨들은 흉기가 되어갔다
아픔을 불러오고 흉흉한 시간을 불러왔다
많이 잃어버리고 많이 불구가 되어 돌아왔다

그 연둣빛 시절을 잊을 수 없었다
하얀 종이 위에 싹이 나고 이름이 움트던 시간들을
몸에 새순이 돋고 글씨들이 두근거리던 시간들을
그 기쁨의 플라타너스를 잊지 못했다

다시 와서 그 첫 이름들을 불러보기도 전에 눈물이 난다
그 이름들을 불러 새로 움트게 할 수 있을까
내 이름만 같은 그 모든 이름들을

- 백무산, 「플라타너스 초등학교」-

'여행과 사진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다리쑥국으로 시작하는 봄  (0) 2024.03.07
다시 찾은 SK나이츠  (0) 2023.12.04
승리의 SK KNIGHTS  (0) 2023.10.23
감은사 터에 흐른 시간  (0) 2023.09.07
어린이대공원  (0) 2023.06.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