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너무 중요한 사안이어서 늘 거짓이란 친구를 거느려야 한다'고 했던가. 더불어 인간이 세운 문명이란 게 기껏해야 전쟁을 위한 과학과 전쟁을 치장하기 위한 인문학을 발전시켜 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소를 짓게 한다. 경찰활동, 평화유지, 저항 혹은 저항에 대한 진압, 냉전, 열전, 정의로운 전쟁, 부당한 전쟁, 깨끗한 전쟁, 더러운 전쟁, 저강도 전쟁, 게릴라전, 제한전 등등. 전쟁에 대한 치장이 무엇이건 어떻게 하건 본질은 살인이고 파괴다. 철근을 드러낸 채 무너져내린 집과 연기, 겁먹은 사람들의 비명과 피난, 피 그리고 시체 ······
이스라엘과 미국의 광기. 주먹이 법만이 아니라 신(神)보다도 가까워 보이는 요즈음이다.
케태 콜비츠(Käthe Kollwitz), <이제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1924
가끔 생각하네 전선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실은 흰 학이 된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전부터 그 계절이면 학들이 높이 울며 날아갔던 듯싶어 우리도 먼 울음소리에 눈물 글썽이며 하늘을 바라보았던 듯싶어
날아가네 저 하늘 학의 무리들 멀어져 더는 보이지 않네 이승의 삶 마치는 날 나도 그 속의 한 마리 학이 되리
아픔도 근심도 다 벗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겠네 무리에 나도 섞여, 새로 배운 말로 옛 친구들의 이름 하나씩 불러보겠네 지상에 남은 그대들의 이름도 불러보겠네
나는 가끔 생각하네
전선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눈처럼 흰 학이 된 거라고
- 라술 감자토비치 감자토프,「학」-
전쟁의 상처와 슬픔을 노래하는 이 시는 원래 카스피해 서쪽 러시아 공화국 땅인 다게스탄공화국의 시인 감자토프가 모어(母語)인 아바르어로 쓴 시라고 한다. 약간의 개사를 거쳐 1969년 처음 러시아에서 노래로 불려졌다. 우리에게는 TV 드라마 <<모래시계>>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귀에 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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