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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우리가 홍범도다!

by 장돌뱅이. 2024. 3. 23.

*류대수, 「대한독립군 유고문」(홍범도-장군의 초상전)

천도( 天道)가 순환하고 민심이 응합하야, 아(我) 대한독립을 세계에 선포한 후 상(上)으로 임시정부가 유하야 군국대사를 주하며, 하(下)로 민중이 단결하야 만세를 제창할 새 어시호(於是乎) 아(我)의 공전절후(空前絶後)한 독립군이 출동되었도다(…)당당한 독립군으로 신(身)을 탄연포우(彈煙砲雨) 중에 투하야 반만년 역사를 광영케 하며, 국토를 회복하야 자손만대에 행복을 여(與)함이 아(我) 독립군의 목적이오 또한 민족을 위하는 본의라.

- 대한독립군 대장으로서 선생이 공포한 유고문(諭告文) 중에서 (1919. 12) -
(출처 : 공훈전자사료관, https://e-gonghun.mpva.go.kr/user/IndepCrusaderDetail.do?goTocode=20003&mngNo=10984)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서 제거하려는 움직임.
왜 그럴까?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또 이익을 얻는 세력은 누구일까?

독재자 이승만 띄우기와 이토 히로부미 찬양, 독도의 분쟁지역화 또는 지도에서 제거,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의 외신 인터뷰, 강제징용 피해자의 우리 기업 대납,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옹호, 일본군 '성노예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자발적 매춘부'라는 주장, 일제강점기의 범죄 사실을 그대로 묻어두자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강조, '일본 미래세대가 계속 사죄할 필요 없다'는 일본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일본이 과거를 사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젊은 세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측 인사의 발언, 동족인 북한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공조(작년 한 해만 한미일 군사훈련이 10차례라고 하던가?)와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

'그'는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을 향해, 우리의 독립이 양국 모두 잘 사는 길이며,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새 세상을 열어가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우리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선언이지 요구나 요청, 청원 따위가 아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한  '요구'에 대한 일본의 대답은 우리 국민 7500여 명을 학살하고 수만 명에게 부상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가 집권 한 이후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이 정말 우연의 연속일까?
우리 사회에 내재해 온 친일 세력의 준동이 아니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해괴한 일들이다.

친일은 어제의 문제이지만 민족의 정기는 오늘의, 또 내일의 문제이다. 부일협력은 과거의 행위보다 오늘의 행위가 문제되어야 하며, 어제의 친일파보다 오늘의 친일파가 문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 임종국의 글 중에서 -

홍범도 장군의 순국 75주기를 맞이하여 시인 이동순이 쓴 추모시 한 편이 2018년 10월 2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에서 러시아어 로 번역되어 낭송되었다.

「아, 홍범도 장군」
-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홍범도 장군 영전에서

아득한
중앙아시아 먼지바람 속
떠밀려 살아온 지 몇년인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머나먼 동남쪽 내 조국 땅

그곳은 밝은 해
차분히 떠오르는 곳
새벽닭 소리에 잠이 깨던 곳
어둠 속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던 정겨운 말소리
마구간 말들이 혼자
콧김 푸르르 푸르르 내던 곳
방문에 싸락싸락
싸락눈이 문 두드려 불러내던 곳

만리타국
고단한 객지 생활
수십 년 지나도 지나도
끝내 누를 수 없는 이 그리움은 대체 무엇인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왜 이다지 자꾸 사무치기만 하는가
감추려야 감출길 없는
이 진득한 그리움은 병인가 사랑인가

말해다오
말해다오
대체 무엇인가
왜 이토록 나를 잡고 사정없이 흔드는가
바람아 구름아
내 늙고 병들어 지금은 못 가니
너라도 다녀와서
그곳 소식 전해다오

천리 길도
만리 길도 쉬지 않고 달린다는
대초원의 말들아
너희가 이 늙은 나를 도와서
질풍 같이 갈기 나부끼며 달려갔다 돌아오려마
그리고 네가 본 내 고향 소식 전해다오
조금이라도 전해다오

젊었던 날
내 한줄기 강풍으로
강과 산 다른 바람 불러 모아
모진 맹수 도깨비떼 보는 대로 물리쳤나니
무슨 곡절로 내 이 먼 곳까지
휘몰리고 떠밀리고 끌려와 내팽개쳐졌던가
그 누가 나를
영웅이라 하는가
그 누가 나를 날으는 호랑이라 하는가

내 이제
그 아무것도 아닐세
다만 자욱한 황사 바람 속
크질오르다 길거리
모래벌판 한 귀퉁이에 혼자 쪼그려
드디어 외롭고 가련하고
볼품없는 늙은이

내 삶은 처량 만고
집도 절도 없이 평생을 떠돌았고
처자식 가뭇없이 나라에 바쳤나니
삭북의 계절
엄동설한 방바닥조차
냉돌인 채 등에 이불 두르고 쪼그렸나니

이 한 몸
가슴속 미련일랑
모두 버리고 깡그리 씻어내고
마침내 한덩이 구리 뭉치로 우뚝 서 있나니
그래도 내 눈길은
예나 제나 동남쪽 고향을 바라고 섰네
종일 고향 하늘 바라보는 게
내 지금 유일한 낙일세

여보게들
내 조국 땅에서 오셨다는 귀한 임들
얼른 이리 오게 와서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보세
그리고 고향 소식 들려주게

설산에 사는 전설 속 한고조(寒苦鳥)는 매일 밤마다 추위에 떨면서 날이 새면 새 둥지를 짓겠다고 하다가 정작 아침이 되면 모두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어둠과 추위가 찾아와서야 같은 후회를 반복하며 울부짖는다고 한다. 우리의 현대사가 어떨 땐 그 새를 닮아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후회다. 결코 미리 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둥지를 짓기 위한 작은 나뭇가지를 저마다 하나씩 물어와야 할 때다.

*출처 : 촛불행동tv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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